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사설] ‘장준하 의문사 청원’이 단순 민원이라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6일자 기사 '[사설] ‘장준하 의문사 청원’이 단순 민원이라니'를 퍼왔습니다.

장준하 선생 의문사 재조사를 위한 청원이 단순 민원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한다. 유족과 기념사업회의 청원을 청와대는 조사와 무관한 행정안전부에 넘기고, 행안부는 단순한 민원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애당초 이 정부가 재조사에 나설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 드러난 여러 증거를 계기로, 민족과 국가를 위한 선생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것이라 생각했다. 일제하 항일 독립투쟁을 위한 6000리 대장정, 해방 후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30년 가시밭길 등 선생의 삶은 말 그대로 민족의 사표였다. 그런 이와 관련한 지극히 합당한 청원을 단순 민원으로 간주한다니, 이러고서야 어찌 국민 앞에서 애국을 말하고, 역사와 정의를 들먹일 수 있을까. 예의는커녕 그 파렴치가 놀랍다.이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두개골 원형 함몰의 의미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구구한 궤변을 늘어놓자 새누리당 소속의 뇌 수술 권위자인 정의화 의원은 이런 말을 트위터로 날렸다. “선생의 두개골이 신경외과 전문의인 내게 외치고 있는 듯하다. 타살이라고!” 그런 골절은 망치 같은 것으로 때리지 않으면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게다가 의문사가 발생한 다음날 청와대 대통령 서재에서 뜬금없는 보안사령관의 단독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안사는 105보안대장을 현장에 직접 보내 관련 내용을 보안사령관에게 직보하도록 했다. 중앙정보부는 별도로 의문사 5개월 전 ‘추가 공작 필요시 보고조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해분자 관찰계획보고서’를 작성했다. 두개골의 원형 함몰이 타살을 웅변한다면, 정보기관의 이런 행적은 사건의 배후를 일러주는 증거다.이 정부의 꼼수가 분명해지고 있는 이상 이제 남은 건 국회뿐이다. 필부의 의문사라도 그 진상을 가려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하물며 일생을 국가에 헌신한 선생의 의문사임에랴. 재조사가 이뤄지도록 당장 여야는 특별법 제정에 나서기 바란다.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이 반대한다면, 이는 주범이 유신정권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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