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7일 금요일

[사설]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6일자 사설 '[사설]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안철수 불출마 협박'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에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강력한 대항마 격인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안 원장 쪽의 금태섭 변호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일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뇌물과 여자 문제를 조사해 다 알고 있다. 이걸 터뜨릴 것이기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안 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폭로하겠다고 한 내용에 대해 “안랩이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팀장인 강아무개씨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한 치의 의혹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정 위원은 곧바로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 불출마 종용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며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위원이란 직책을 가지고, 안 원장 관련 의혹을 연일 제기해온 사람이 검증 자료를 들어 불출마를 운운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본인은 부인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선 협박으로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정 위원이 평소 안 원장 문제를 선대위 내부에서 공유한다고 말하고 다닌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문제가 새누리당 안에서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당 차원에서 관여했다면, 이는 민주 정당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중대 사태다. 새누리당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도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다.금 변호사가 “안 원장에 대한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한 대목도 흘려듣기 어렵다. 권력기관이 나서서 뒷조사를 한다면 불법사찰이자 정치공작이 된다. 국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가 예정된 만큼 이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이날 회견으로 안 원장은 사실상 대선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어느 쪽이든 검증은 철저히 해야겠지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까지 짓밟는 일이 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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