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사설] 세비 ‘도둑 인상’과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5일자 사설 '[사설] 세비 ‘도둑 인상’과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퍼왔습니다.

국회의원 세비를 남몰래 올린 여야 정치권의 작태는 부끄러운 우리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국민에겐 허리띠를 졸라매라 하면서 자신들은 도둑고양이처럼 세비를 두둑이 챙겼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정치지도자가 솔직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는데 정치지도자들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민이 불행하다. 우리 정치가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19대 국회의원 세비가 18대 국회에 견줘 20%, 지난해보다 16%가량 인상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엊그제 우연히 이를 실토하면서다. 그 이전까지 국회의원과 그 식구들 말고는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쉽게 말해 세비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의원들에게 주는 활동비다. 주인 몰래 활동비를 더 많이 타간 꼴이다. 이는 사실상 범죄에 해당한다.세비를 도둑 인상하는 꼼수도 탁월했다. 2010년 말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무성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합의해놓고 지난해 5%, 올해 16% 정도를 나누어 올린 모양이다. 18대 국회에서 세비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억1304만원으로 동결됐는데, 밀실 합의에 따라 지난해에는 1억1969만원으로 665만원 올랐고, 올해 들어 2039만원이 늘었다. 인상분 가운데 일반수당은 행정부 공무원과 똑같이 3.5% 올렸지만 매달 지급되는 입법활동비를 2010년 189만원에서 지난해 12월 313만원으로 무려 74%나 올리는 방법을 썼다.세비를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인상하도록 한 절차도 문제다. 세비 책정은 여야 원내대표의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의 결재만으로 이뤄지도록 돼 있다. 세비에 변동이 있을 경우 국민이 자동으로 알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설사 제도가 그렇다 하더라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라면 의당 국민에게 허락을 구했어야 한다.국회의원에게도 필요한 활동비는 적절히 지급해야 한다. 세비를 무턱대고 동결하면 뒷돈을 받아 정치하라는 꼴이 된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인 선량들이라면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구하되,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은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반 조처를 취해야 한다. 도둑 인상한 세비의 원상복구는 물론이고 이 일에 관여한 책임있는 인사들의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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