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사설] 복지 후퇴 예산안, 정부·여당의 실망스런 합작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5일자 사설 '[사설] 복지 후퇴 예산안, 정부·여당의 실망스런 합작품'을 퍼왔습니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복지국가의 기반을 다지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했으나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영유아 무상보육 폐기에서 보듯 시대적 요구인 복지 지출은 후퇴했다. 그런 반면 세입 예산은 짜맞추기식으로 균형재정을 만들었지만 여기저기 허점이 적지 않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손봐야 한다.내년 예산안은 342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3%(17조1000억원) 늘었는데, 복지예산 증가율은 그보다 낮은 4.8%(4조5000억원)에 머물렀다. 복지비 증가분의 20% 이상은 공무원·군인 연금이며 나머지도 거의 기존 사업의 자연증가분이다. 총지출 가운데 복지지출 또한 올해 28.5%에서 내년엔 28.3%로 낮아졌다. 경기 침체에 양극화 심화로 복지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도 정부 지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약속한 반값 등록금도 국가장학금 규모를 5000억원 확대해 소득 7분위 이하에 한해 국가장학금 수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50% 경감하는 수준에 그쳤다.개방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림수산 예산도 18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 늘어나고, 일자리 예산도 2조6722억원으로 164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4대강 유지보수비는 2013억원으로 올해보다 늘어 우려했던 대로 4대강 사업 이후에도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4.0%로 보고 세입 예산안을 짰다고 한다. 성장률은 세수입 가정의 기본 토대다. 국내외 여러 기관들이 세계 경기 침체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데 나 홀로 전망을 근거로 세수를 잡은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사실상의 균형재정(-0.3%)은 경기 전망이 빗나가 세수가 줄어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세외수입을 올해 28조원보다 크게 늘어난 37조원으로 잡은 것도 문제다. 씀씀이는 늘어나는데 감세로 세수가 줄자 세외수입 의존도를 높인 것이다. 정부는 기업은행 5조1000억원, 산업은행 2조6000억원, 인천공항공사 4000억원 등 공기업 주식을 매각해 부족한 주머니를 채우겠다는데, 모두 지난 3년간 매각이 실현되지 않아 세출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인천공항공사는 여야 모두 매각에 반대했는데도 또다시 매각 항목에 포함했다.정부가 동원한 이차보전 방식의 세출도 재정수지를 유지하는 데 급급해 공기업이나 민간에 부채를 떠넘기는 꼴이다. 이차보전 방식이란 정부가 공기업이나 민간에 직접 융자를 하는 대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도록 하고, 시중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액을 메워주는 것이다. 정부는 6조7000억원의 재정융자사업을 이차보전으로 돌려 이자손실 보전분 1200억원만 지출하는 식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2%포인트 높이겠다고 한다. 실제로는 공기업 지원 부담을 금융기관에 떠넘기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신용도 낮은 개인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곳에 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지출 확대를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하나 정작 복지는 후퇴하고 재정건전성은 삐끗할 위험에 처했다. 실망스런 예산안은 정부와, 말로는 복지 확대를 외치면서 감세로 곳간을 허문 새누리당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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