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월요일

기자야, 청와대 대변인이야?


이글은 시사IN 2012-09-17일자 기사 '기자야, 청와대 대변인이야?'를 퍼왔습니다.

지난 8월20일 최초의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의 일성은 ‘국민 대통합’이었다. 거침없어 보이던 박근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8월28일 박근혜 후보는 전태일재단 방문과 전태일 동상 헌화를 시도했다. 유족들은 방식과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방문을 막았다. 

제2의 전태일로 살고 있는 쌍용차와 기륭전자 노동자들도 가세했다. 유족조차 모르는 방문, 전태일 정신을 훼손하는 노동 탄압을 사실상 방조해온 정치인의 방문은 ‘상징과 선전만 취하려는 눈요기 행사’라는 비판, 당연하다. 

박근혜 후보, '험난한 과거와의 화해'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 전태일 다리를 방문, 헌화를 하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돌아서며 전태열 열사가 분신한 장소를 살펴보고 있다. jhseo@newsis.com
특히 박 후보 측이 재단 측과 일정을 조율했다고 내세우는 ‘전태일 친구’라는 사람은 4·11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고, 현재 박 후보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의 노동위원장이기도 하다.

방송 보도는 어떠했을까? 대부분 사실 보도의 관점에서 있었던 일을 나열했고, 따라서 보도 내용은 ‘방문 무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왜 무산됐는지 방문 반대 의견도 담겼다. 

그러나 YTN은 달랐다. ‘박 후보가 전태일 동상에 헌화한 뒤 화해와 협력을 다짐했다’가 핵심 내용이었다. 헌화 당시의 상황은 화면으로만 짧게 처리했고, 박 후보의 인터뷰를 이어 붙임으로써 박 후보를 포용의 인물로 묘사했다. 

유족 측이 왜 방문을 거부했는지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단신 기사의 리드(기사 핵심, 첫 문장) 역시 이렇게 처리했다. “박 후보는 전태일재단을 방문해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화해와 협력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건 뭐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말씀 전하는 수준이다. 전형적인 미화에 해당한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트위터 @nodol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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