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네이버 뉴스캐스트, 쫓고 쫓기는 지옥도


이글은 한겨레21 2012-09-24일자 제929호 기사 '네이버 뉴스캐스트, 쫓고 쫓기는 지옥도'를 퍼왔습니다.
[기획] 네티즌의 비웃음과 비난 쏟아지고 뉴스편집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버릴 수 없는 470×228 픽셀 공간 쫓고 쫓기는 추격은 평야를 지나 이제 늪으로


그곳에는 51개의 뉴스 세트가 있다. 한 세트에는 9개 뉴스가 포함된다. 하루에 3번꼴로 정비되므로 1500건 정도의 뉴스가 공급된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통해서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언론사들의 공간이다. 언론사 총 51곳이 톱뉴스·사진뉴스를 포함해 9개의 뉴스를 제공한다(같은 주제의 뉴스는 한꺼번에 2개를 넘지 못한다). 네이버 메인 뉴스캐스트 공간에서는 주제별로 제공된다. 오른쪽 언론사 메뉴를 클릭하면 언론사 공급 뉴스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왜 모두가 평등한가” 조중동 ‘탈포털’ 결론 

뉴스캐스트의 편집은 각 언론사가 한다. 2009년 1월1일 등장한 뉴스캐스트는 언론사에 편집권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개편된, 획기적인 변화물이었다. 네이버를 조목조목 비판한 책 를 펴낸 김인성씨도 ‘원본’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유일하게 ‘온당한’ 공간이라고 이곳을 평가한다. 원본 보존 방식은 뉴스캐스트의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직접 이동하는 것이다. 다른 영역의 제목을 클릭하면 내부의 블로그이거나 편집화면인 점과 다르다. ‘트래픽’을, 네이버가 ‘플랫폼’이 되어 내주는 방식으로 언론사에 ‘넘겨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거대 언론사도 군소 온라인 매체도 ‘평등’하다. 영향력에 상관없이 같은 가이드라인 아래 단 9개의 뉴스 세트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가로세로 470×228 픽셀 공간은 점점 지옥이 돼가고 있다. 이곳을 향한 소비자들의 항의는 세찬 빗발이다. 태풍 볼라벤급이다.


“네이버 메인 기사 제목은 마치 3류 성인잡지를 연상케 합니다. …요즘에는 성폭행 관련 기사가 왜 그리 많습니까? 자극적인 기사 올려서 광고수입 올리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국민들 정서도 좀 생각하시길 바랍니다.”(pkhgjs) “특정 성폭력 사건이 있으면 성폭력 관련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네이버 뉴스 톱 기사에도 매일 똑같은 이슈가 나오더군요. 예를 들어 이번에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 성욕을 참지 못하는 군인들, 음란물 중독자의 성폭력 등등 도대체 우려먹고 또 우려먹고 조금 짜증나네요.”(ee7508) “성폭력 기사 좀 적당히 올립시다. 뭐 죄다 범죄·엽기 등의 기사가 주를 이루면 어쩌자는 겁니까.”(모니터링 게시판 내 ‘인입’ 등록된 내용)
이 끔찍한 지옥을 바라보는 셈법은 아리송하다. 지난 6월15일 한국신문협회의 기조협의회에서는 ‘온라인 뉴스 유통 정상화’에 대한 비공개 논의를 시작했다. 조선·중앙·동아는 ‘네이버 등 포털과 제휴를 끊는 방안’을 제안했고, 참석한 10여 개 신문사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탈포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를 제안한 거대 신문사들은 언론사 규모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상황에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온라인 군소 매체를 ‘사이비 매체’로 규정한 기사를 회의가 열린 날 쏟아냈다.

네이버 유입률 90% 넘는 매체 9개사
지난 7월12일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뉴스캐스트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네이버는 제휴 언론사에 뉴스캐스트의 ‘존치 여부’를 물은 결과를 발표했다. 51곳 중 설문을 보이콧한 거대 신문사를 제외한 37곳이 답했다. 이 중 폐지에 찬성한 언론사는 1곳도 없었다. ‘명백한 폐지 반대’가 34곳이었고, 나머지 3곳은 ‘유보’ 또는 ‘폐지가 맞지만 제도 영향력을 고려해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현재의 뉴스캐스트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모니터링단의 선정성·자극성·낚시성·광고성 기사 편집 기준 모호 및 기준 적용 형평성 문제(11곳) △트래픽을 의식한 자극적 기사 편집의 고충(8곳) △운영 및 편집 가이드라인 적용의 비일관성(6곳) △종합신문 위주의 편집 및 운영 기준(3곳) 등으로 편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 경기도 성남시 NHN 그린 팩토리.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맛본 다디단 지옥의 열매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통계는 확실히 보여준다. 2012년 6월 (코리아타임스) 98.31%, (미디어오늘)(93.21%), (디지털타임스)(91.03%), YTN(90.26%), (지디넷)(90.15%) 등 9개 매체가 유입률이 90%가 넘었다(코리아클릭 자료·미디어오늘 7월10일치). 평균 유입률은 75.19%다. 거대 미디어라고 적지 않다. 조선일보 75.35%, 중앙일보 76.41%, 동아일보 66.74%에 이른다. 뉴스캐스트가 도입된 첫해인 2009년에는 평균 66.4%였다. 그해 최고 유입률이라고 해봤자 75.6%([한국일보])였다.
지난 4년간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식으로 변화되어왔다. 언론사는 클릭을 좇아 낚시질에 나서고, 네이버는 소비자 항의에 직면해 가이드라인을 강화한다. 가이드라인은 점점 강화돼왔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진다. 쫓고 쫓기는 싸움은 평야를 지나 늪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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