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사설] 인성교육 실패하고도 정책 전환 없는 정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4일자 사설 '[사설] 인성교육 실패하고도 정책 전환 없는 정부'를 퍼왔습니다.

3일부터 8일까지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의 인성교육 실천주간이다. 이 기간 인성교육 비전 선포식, 장관과 직원들의 출근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밥상머리 교육 캠페인, 민간 기업체와의 밥상머리 교육 협약식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인성교육 의지가 철철 넘쳐나는 듯하지만, 사실 첫날 발표한 교과부의 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이 정부가 학교폭력 대책으로 추진해온 인성교육의 실패는 선명하다.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한 조사에서 ‘신뢰, 협력, 참여 등 학생들의 더불어 사는 능력’을 묻는 물음에 응답자의 75.6%가 ‘낮다’고 답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 5만7902명을 상대로 한 서면질문에서도 62%가 같은 답을 했다. 특히 교사(80.5%), 학부모(64.2%)의 부정적인 답이 많았다. 그런 학교 현실이 낳은 결과일 터다. 응답 학생 41.3%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 학업성적(41.8%)이었다. 인성 형성을 왜곡한 요인 역시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33.4%)이 첫째로 꼽혔다. 이런 환경에서 자존감을 갖기란 힘들다. 학생 열에 여섯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정책 실패를 웅변하지만, 그 수치는 예상보다 나은 편이다. 성적순 줄세우기, 입시경쟁교육에 찌든 우리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진 탓에 불행을 불행으로 느끼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어제도 그제도 대구와 울산에서 우리 학생들은 잇따라 자살했다. 정부가 인성교육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옳다. 문제는 인성교육 파괴의 장본인인 입시제도와 입시경쟁교육은 그대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인은 놔둔 채 증상을 고치겠다는 것이니 기만이다. 신뢰, 협력, 참여의 학교공동체라면 일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개성과 가능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성적순으로 줄세운다면, 학교는 적자생존의 밀림일 뿐이다.어제 국무총리 주재의 학교폭력 대책회의에서 인성교육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아직도 화려한 수사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입시경쟁 교육과정을 혁파해야 한다. 영·수·국 중심으로 학교교육과정을 왜곡한 집중이수제는 인성과 직결된 예체능 및 도덕·사회 교과를 교단에서 밀어냈다. 일제고사는 아침 독서·명상시간 운영이나 방과후 공동체 놀이 및 동아리활동 같은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질식시켰다. 이런 환부부터 고칠 생각이 없다면 인성교육을 아예 입에도 올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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