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8일 토요일

조희팔 잡으랬더니, 조희팔과 놀아난 경찰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7일자 기사 '조희팔 잡으랬더니, 조희팔과 놀아난 경찰'을 퍼왔습니다.

수조원대의 다단계 사기극의 주범인 조희팔(55)로부터 경찰관이 향응과 접대를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중국까지 건너가 조씨로부터 골프접대와 술접대를 받은 사람은 다름아닌 조씨 사건을 수사중인 담당자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7일 조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접대를 받은 혐의(직무유기 및 뇌물수수)로 대구경찰청 소속 현직경찰관 정모씨(37)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2009년 5월 15일부터 6일간 휴가차 중국 연태(煙台)시를 방문, 도피중이던 조씨와 일당 3명을 만나 수십만원 상당의 골프접대와 술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육아휴직을 내고 중국으로 건너가 조씨 일당을 접촉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조씨는 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걸려있는 상태였다. 적색수배를 한 당사자는 조씨와 접촉한 정씨였다. 

사실상 조씨를 수사하는 척하면서 조씨의 측근인 강모씨(52)와 접촉하면서 경찰의 수사정보를 넘겨주는 등 당장 검거해야할 범인을 경찰이 보호해준 셈이다. 정씨는 2006년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의 소개로 강씨를 만나 친분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정씨의 차명계좌로 조씨의 측근인 강씨로부터 수억원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인자인 강 씨가 잡히면 그동안 의혹제기 수준이었던 지역 경찰관과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도 상당부분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은 조씨 등이 2006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건강용품 다단계 업체를 차려 3만여명으로부터 3조5000억~4조원을 챙긴 뒤 달아난 사건이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청도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사망설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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