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8일 토요일

'안철수 협박'아닌 '안철수 여자'택한 언론 편향성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07일자 기사 ''안철수 협박'아닌 '안철수 여자'택한 언론 편향성'을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지침 따른 언론, 이를 충실히 반영한 네이버

'안철수 협박' 파문의 후폭풍이 거세다. 안 원장 측은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의 협박 내용을 “새누리당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혹은 공모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에둘러가지 않고, 박근혜 후보를 정조준 한 셈이다.

기자회견 직후 당사자인 정 위원은 즉각 사의 표명을 했다. 진위 여부 공방을 벌이지 않고, 사실상 내용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은 새누리당의 위기감이 심상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더 이상 시중에 떠도는 말로 안 원장을 괴롭히긴 힘들어졌다.

안 원장과 잠재적 경쟁 관계인 민주당 역시 비교적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원리를 파괴하려 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당 송호창 의원은 안 원장에 대한 협박은 “당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헌정질서 파괴의 문제”라고 전선을 확대했다. 당장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느냐 불리하냐를 떠난 대승적 차원의 대응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기자회견 참석 여부 역시 “당 원내지도부하고 미리 상의했다”는 말로 당 차원의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검증 국면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국정조사 요구가 아닌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우선 꾸린다는 입장이다.


▲ 안철수 원장 측의 기자회견 직후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 화면. '협박'보다 '사실관계'가 부각되어야 한단 지침인데, 이 지침을 새누리당보다 더 충실히 따른 것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였다. 한겨레 4면 보도 캡쳐.

새누리당의 입장은 곤혹스럽다는 말론 표현이 다 안 될 지경이다. ‘공작 정치’, ‘조폭적 행태’, ‘상식 밖’, ‘공포정치의 회귀’ 같은 낡은 이미지를 옴팡 뒤집어쓰게 됐다. 당분간 정국을 안철수 검증 국면으로 몰아가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중도층 공략을 위한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 역시 근본적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안 원장 검증 국면은 박근혜 ‘불법 사찰 공모’ 국면으로 전환됐고,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는 도로 ‘이명박근혜’에 갇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유일한 돌파구는 황우여 원내 대표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로 압축된다.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유리한 언론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전히 ‘신비주의’ 전략을 쓰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한 대중의 말초적 호기심을 최대한 활용한단 전략이다.

안 원장 측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인 6일 오후 3시 38분 황우여 대표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함”이었다. 반말투의 문장으로 보아 조직의 ‘지침’ 성격을 갖는 지시로 보이는 내용이다. 정 위원의 즉각 사퇴에서 보듯 표면적으론 새누리당이 몸을 한껏 낮추는 형국이지만 당 차원의 지침은 달랐다. 

▲ 7일 오후, 네어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안철수 협박'이 아닌 '안철수 여자'가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 지침의 기조는 7일자 보수언론을 비롯해 네이버에서 극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오늘자 조중동은 모두 안 원장 측의 기자회견 내용을 ‘공방’이나 ‘논쟁’으로 취급했다. 양 측의 주장을 동일한 비중으로 나란히 배열했다. 표현의 선택도 두드러진다. ‘협박’은 ‘종용’으로 순화됐지만, 의혹의 ‘사실관계’는 여전한 ‘불씨’를 남겨졌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일정한 근거를 제시한 안 원장 측의 주장에 대해선 ‘공세’라고 표현하고, 궁색한 해명을 내놓은 새누리당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확산’이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선 정국이 ‘박근혜 VS 안철수’로 급격히 재편되자, 보수 언론 역시 극적인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7일 현재 안철수 원장 관련 네이버 검색어는 ‘안철수 협박’이 아닌 ‘안철수 여자’가 상위권에 올라 있다. 황우여 대표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처럼 ‘협박’이 아닌 ‘사실관계’가 초점이 된 셈이다.

물론, 이는 안철수의 여자관계가 더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조합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트위터 등 SNS에서는 얼마 전 ‘안철수 룸싸롱’ 검색어 파문을 환기하며 “또 다시 네이버가 검색어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 양 진영의 피할 수 없는 일합이 시작되자 ‘네이버는 누구 편이냐’는 질문과 함께, 포털의 일거수일투족이 여론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언론이 이번 사건에 박근혜 후보를 소환해낼 것인가로 모아진다. 또한 포털은 박근혜 책임론이 제기됐을 때, 이를 검색어 순위에 올릴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이는 이번 사건을 ‘협박’과 ‘불법사찰’의 문제로 인식한다면 필연적 귀결이지만, 두고 볼 일이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지켜보는 일은 향후 언론이 대선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갖고 균형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인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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