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여론에 떠밀린 사과... '진정성' 의심 해소될까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4일자 기사 '여론에 떠밀린 사과... '진정성' 의심 해소될까'를 퍼왔습니다.
과거사에 발목 잡힌 지지율 '반전 카드'... 민주당 "후속조치 주목할 것"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 남소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의 1차 승부처인 추석 민심을 겨냥한 '반전 카드'를 던졌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와 유신독재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후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일 때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며 완강했던 박 후보가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악화된 여론에 떠밀린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등 대통합 행보를 시작했지만 과거사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박정희 군사독재에 대해 "공과가 있는 만큼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특히 명백한 사법살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두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해 거센 비판이 일었다. 

박 후보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홍일표 전 대변인이 당 차원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 뜻을 밝혔지만 박 후보는 이상일 대변인을 통해 본인의 뜻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혼선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홍사덕·송영선 전 의원 등이 연루된 돈 추문까지 연달아 겹치면서 난국에 빠졌다.

과거사 발목 잡힌 박근혜... 중도·무당파 이탈

이로 인해 대선후보 확정 직후 50%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탔던 박 후보의 지지율은 대선의 1차 승부처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추월 당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도 오차범위 내로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가 21일~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4.6% 대 49.7%로 5.1%p 뒤졌다. 박 후보는 2주 전인 지난 8일 조사에서는 51.3%대 44.8%로 6.5%p 앞섰지만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박 후보는 48.9%로 44.6%를 얻은 문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4.3%p로 줄어들었다. 2주 전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11.3%p 차로 크게 앞섰다. 

특히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는 중도층과 무당파의 이탈이 크게 작용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2주 전에 비교해 중도층에서 45.4%에서 41.1%, 무당파에서는 38.1%에서 25.4%로 각각 지지율이 4.3%p, 12.7%p 하락했다. 반면 안 후보는 중도층이 49.4%에서 53.6%로, 무당파가 53.0%에서 63.3%로 각각 4.2%p와 10.3%p가 늘었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의 무당파 지지율도 44.6%에서 50.5%로 5.9%p 늘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깨끗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조속히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결국 박 후보는 12월 대선의 1차 승부처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개를 숙였다. 박 후보는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박근혜 사과는 여론 반전 카드? 민주당 "진정성 보여야"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 남소연

박 후보의 사과에도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인으로서 단 한 번도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와 유신독재에 대해 태도를 바꾸지 않았던 박 후보가 이제서야 고개를 숙인 것은 '대선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진정성을 보이라고 압박했다. 문재인 후보 측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생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제대로된 화해의 기준은 몇 마디 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 단장은 "필요하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국가적 사과까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인식"이라며 "박 후보가 앞으로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박 후보가 제안한 국민대통합위원회에 대해서 "박 후보의 말처럼 유신독재는 산업화 과정에서 국민기본권 침해와 노동탄압, 재벌경제 체제의 폐해를 양산했고, 그 폐해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박 후보가 제안한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유신독재가 빚어낸 오늘의 잔재를 일소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훈(youngleft)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