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인터뷰]밀양송전탑 김씨 “체포해놓으면 경찰이 잡아간다고..”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09일자 기사 '[인터뷰]밀양송전탑 김씨 “체포해놓으면 경찰이 잡아간다고..”'를 퍼왔습니다.
“손을 뒤로 해서 철제 원통에 묶었다.. 포크레인에 설탕 넣은 적 없다”

ⓒ영상화면 캡쳐 밀양시 단장면 96번 송전탑을 막던 마을주민대책위원장이 시공사 직원에 의해 강제로 포박됐다.

밀양시 단장면 96번 송전탑에서 시공사 직원이 송전탑 반대 주민을 현행범이라며 줄로 묶어 체포하면서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시공사는 동화전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인 김정회(41세)씨가 포크레인 연료통에 설탕을 넣어 훼손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 김 씨가 공사용으로 설치한 말목을 뽑는 것을 목격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 쪽은 김 씨가 포크레인에 설탕을 넣었다는 사실에 대해 심정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공사 쪽은 ‘경찰의 현행범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가, 본지의 보도가 나가자 이를 번복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 포박을 당했던 김정회 동화전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포크레인에 설탕을 넣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96번 송전탑 부지에 두 개의 포크레인이 있는데, 위의 포크레인은 뚜껑이 열려있지 않은데 비해 아래쪽에 있는 포크레인은 뚜껑이 열려있어 궁금해서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또, 뚜껑이 열린 부분을 1분여간 살펴보다 내려와서 주민천막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인부들에 의해 묶였다고 말했다. 

또, 말목 훼손에 대해서는 아래쪽 포크레인으로 내려가다 말목이 발에 걸렸고, 순간 별 생각 없이 걷어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에도 한 개를 더 걷어찼다고 말하고 말뚝이 위성으로 측정해 놓은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후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창원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2년 동화전마을로 귀농했다. 그리고 송전탑 문제가 발생하면서 송전탑 반대에 앞장서다가 동화전 마을 주민의 권유로 주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9일 전화 통화로 진행됐으며 설명이 중복되거나 말의 순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가 정리했다.

ⓒ구자환 기자 7일 96번 송전탑에서 시공사 직원에 의해 포박됐던 김정회 씨가 단장면 파출소에서 연행에 항의하는 주민에 둘러싸여 앉아 있다.

그날이 내 송전탑 농성장 근무 날이다. 동네에서 오전 7시15분에 출발해서 7시30분쯤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주민들 천막이 있고, 한전 인력 천막이 있다. 그리고 위쪽에 작은 포크레인이 있고, 아래에 큰 것이 있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다가 위에 있는 포크레인은 정상인데 밑에 있는 것은 엔진실에 문이 열려있었다. 궁금해서 올라가서 1~2분가량 살펴보다가 내려와서 주민 천막에 앉아 있었다. 주민 4명과 함께 이야기 했다. 

시공사 직원에게 체포될 당시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주민과 이야기하면서 조금 있으니까 한전 인력 2명이 왔다. 한 명이 천막 위에서 욕을 하면서 포크레인이 고장 났는데 꼭 잡아넣어야 한다고 말하더라. 그 사람들이 가고 약 5분~10분 사이에 한전 인력 7~8명이 밑에서 올라와서 나를 현행범이라고 체포한다며 욕하고 협박했다. 이 사람들이 체포해 놓으면 경찰이 잡아간다고 하면서, 경찰이 곧 올라올 거니까 도망 못 가게 묶어놔야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끈으로 묶어 놓고 이후에 쇠통에 묶었다. 저항하려다가 죄지은 게 없는데 왜 체포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있을 테니 체포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가만 있었다. 팔을 뒤로 하고 끈으로 묶고, 다시 원통 거푸집에 묶고 이후에 발도 묶으려고 굵은 노끈을 가져왔다. 한쪽 발을 묶고 다른 쪽을 묶으려다 하지 않았다. 인부들은 욕을 하면서 현행범을 잡았으니 감방 생활해봐라고 말했다. 

시공사 쪽은 주민대책위원장이 말목을 뽑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요한 설치물이라고 한다.

말목은 현장을 살펴본 뒤 포크레인을 거쳐 내려가는데 발에 걸려 별 생각 없이 순간적으로 걷어찼다. 사각으로 빨간 락커를 칠한 나무다. 발로 찼는데 깊이 박혀 있지 않았는지, 내가 힘이 좋아서 그런 건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한 개를 더 찼다. 힘없이 나가더라. 위성으로 측정해서 세운 것이라고 하던데 그게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 마을로 내려와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구자환 기자 밀양단장면 파출소에서 밀양경찰서로 이송되는 김정회 씨.

시공사는 결박되어 있던 시간이 1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영상도 짧게 나온다.

포박한 상태가 1분이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다. 묶인 상태가 15분에서 20분 정도 된다. 촬영한 사람은 내가 묶이는 것을 보고 동네사람들에게 전화하고 돌아와 찍은 것이다. 처음부터 찍은 것이 아니다. 

시공사는 김 위원장이 포크레인 엔진오일에 설탕을 넣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설탕을 넣었나.

포크레인에 설탕을 넣은 적이 없다. 포크레인 운전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를 지목한 것 같다. (시공사 직원은) 처음부터 포크레인에 설탕 넣었다고 달려들어 나를 잡았다. 말뚝은 (포박된) 당시에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그것을 위주로 이야기한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일을 당했지만 밀양시민 전체가 많이 도와줘 힘이 난다. 철탑을 막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이 드는 일이어서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도 있지만, 동화전마을주민은 기본적으로 다 반대다.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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