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백약이 무효, 손 쓸 방법이…" 박근혜 대권가도 빨간불


이글은 노컷뉴스 2012-09-21일자 기사 '"백약이 무효, 손 쓸 방법이…" 박근혜 대권가도 빨간불'을 퍼왔습니다.

"점점 2002년 대선 양상처럼 전개되고 있는데 손 쓸 방법이 없다"

대선을 꼭 90일 앞둔 20일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이 친박계 의원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카드가 11월말 경에 성사될 경우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 양상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그때는 철학이 다른 사람들이 뭉쳤음에도 효과를 발휘했는데 이번에는 두 후보의 인식도 비슷하고 서로 장점이 부각되는 체제로 갈 수 있어 파괴력이 어느 단일화보다 클 것"이라며 "컨벤션 효과와는 질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돌입하면서 새누리당 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의 중대 분수령이 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 후보의 지지세가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때문에 박근혜 후보 측근들까지 역사관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조언하고 있지만 박 후보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우려했던 과거사 프레임에 갇히면서 정책이나 민생 행보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벌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안철수 후보까지 '성장'을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차별화도 꾀하기 힘들어졌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박 후보는 통합행보를 한다고 했지만 역사 인식 문제로 스텝이 꼬이고, 정책 행보를 한다고 하지만 여야가 서로 정책을 베끼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차별성은 부각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야권은 계속 뉴스를 만들기 때문에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굉장히 어려운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우려했다.

역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한 박 후보로서는 마땅히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고 야권이 실수해 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자조섞인 분석이다.

박 후보와 당이 잘 융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같이 큰일을 치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획력을 갖춘 능력있는 인물이 오케스트라 지휘자같이 일사분란하게 당과 캠프를 조율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외부에서 김종인 위원장 같은 분을 영입했지만 기존 당내 공조직과 전혀 융화가 안되는 것 같다"며 "축구 국가대표를 갑자기 소집하면 해외파와 국내파간에 손발이 잘 맞지 않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도 최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개인 박근혜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박근혜"라며 "후보의 말에 우르르 쫓아가는 듯 한 의사결정 구조는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후보 1인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선거 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박 후보의 역사관을 지적하는 쓴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충북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발전 시기에 있었던 불행한 일들을 진솔하고 통크게 인정, 사과했으면 한다"며 "그래야 우리 당이 과거사에 붙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심 최고위원은 "5·16과 유신, 인혁당 문제에 대한 박 후보의 견해에 대해 반론이 커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며 뭉뚱그리는 것은 중도층을 잡는 데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론에 대해 박 후보측은 일희일비 하지 않고 야권 후보들과 정책 대결을 펼치며 "뚜벅뚜벅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 후보는 이날 안철수 후보에 대해 "어떤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펴나갈 것인가를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역사관에 대해서는 이날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측근 그룹에 속하는 한 관계자는 역사 인식 논란과 관련해 "자꾸 사과하라고 하고 있지만 박 후보는 그동안 여러차례 사과를 했고 말대신 행동으로 보여줘 왔다"며 "박 후보의 생각은 확고해서 떠밀리듯 얘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후보가 예전에 했던 말을 보면 일관된 입장이 있고 바뀐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라며 "장준하 유가족의 경우 2007년 경선 때는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줬는데 누군가 작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총체적 위기론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박근혜 후보가 직접 나서 매듭을 푸는 것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며 "예전에 사과를 했다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한테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할때 지금 등을 돌리고 있는 이재오 의원 등 당내 비박계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며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CBS 도성해 기자/윤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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