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불법사찰 대통령에 보고’ 검찰에 진술했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1일자 기사 '‘불법사찰 대통령에 보고’ 검찰에 진술했었다.

ㆍ지원관실 직원 조서 공개

‘민간인 불법사찰’ 재판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1)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선보고 사항을 ‘VIP(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했다는 지원관실 직원의 진술이 공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선보고’의 정점에서 지원관실 보고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수사결과발표 때 “이 대통령이 보고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8부(심우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전용진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팀원의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법정에 제시된 조서를 보면 전씨는 검찰에서 “한국전력공사 신재현 에너지·자원 협력대사 관련 동향보고는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의 지시로 했다”며 “당시 작성한 파일을 보면 비고란에 ‘박영준 차장 보고 시 인사개입정보 등을 추가해서 VIP께 보고하라고 재지시’라고 기재돼 있다”고 진술했다. 신재현 전 에너지·자원협력대사(김앤장 변호사)는 이명박 대선후보캠프에서 민정특보를 맡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검찰 진술은 신 전 대사에 대한 동향파악이 정식 보고라인이 아닌 박 전 차관의 ‘하명’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어 다시 ‘비선’으로 보고받은 박 전 차관이 “정보를 추가해 대통령께 보고하라”고 재차 하명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탈법적인 지원관실 사찰활동의 결과물이 박 전 차관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씨는 이어 검찰에서 “출처란에 ‘박차’라고 적혀 있고, 비고란에는 ‘재지시’가 적혀 있어 이 건이 박영준 차장의 지시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박 차장에게 다녀온 후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다른 직원도 박 차장의 지시라고 말해줬다”고 진술했다.

지원관실 직원들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을 통해 구명 활동을 벌였었다는 진술도 공개됐다.

이날 법정에서 제시된 검찰 진술조서에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은 “이인규 지원관에 대한 교체설이 나오자 김충곤 지원관실 점검1팀장이 최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서 ‘이인규를 지원해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결심공판은 12일 열린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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