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미군 수갑사건 50일, 변한 것은 뭐?


이글은 시사IN 2012-09-06일자 기사 '미군 수갑사건 50일, 변한 것은 뭐?'를 퍼왔습니다.
주한미군이 한국인에게 수갑을 채운 사건이 일어난 지 50일이 되었지만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평택 미군기지 앞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러다 조용해지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겠죠. 근본적으로 제도나 법이 바뀐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8월7일 평택시 신장동 K-55 미군 공군부대 인근. 한 가게 주인의 목소리는 무심했다. ‘미군 수갑 사건’ 이후 달라진 점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몇 가지를 꼽았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건 후 순찰을 도는 미군 헌병의 허리 주머니에서 총과 수갑이 없어졌다. 한국 경찰도 매일 순찰을 돌고 있다. 미군 헌병이 무장한 채 술집을 드나드는 일도 사라졌다. 민간 지역에서 미군의 무장, 범위를 넘는 영외 순찰 등을 두고 논란이 일자 미군이 취한 조치였다(한미주둔군지위협정 제22조 10항은 ‘미군 헌병은 사용하는 시설이나 구역에서 경찰권을 행사할 권리를 가진다. 그 외 구역에서는 미군 헌병의 경찰권은 반드시 한국 당국과의 연결하에 행사되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8월 첫째 주 토요일, SF(Security Force) 완장을 찬 미군 헌병이 다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들어왔다. K-55 앞에서 외국인 전용 출입 술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좀 규모가 큰 곳은 한국 경찰과 함께 왔고, 그렇지 않은 곳은 미군 헌병만 들어왔다. 왜 다시 들어오냐고 물었다가 괜히 미군 심기만 건드릴까봐 뭐라고 하지 못했다. 무장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들어오는 걸 보면서, 슬슬 잠잠해지니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구나 짐작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7월9일 저녁 평택시 신장쇼핑몰 거리에 실탄이 든 권총과 수갑을 허리에 찬 미군 헌병이 단속을 다니고 있다.

또 다른 행정권 남용 사례로 지적되었던 ‘오프 리미트(Off Limit·출입금지 구역)’도 마찬가지였다. 오프리미트에 걸린 가게는 지난 한 달 사이 세 곳이 더 늘었다. 해당 업소 직원의 성매매 등과 같은 이유였다. 기자가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송탄지부 사무실을 찾은 8월7일. 마침 군기조정위원회(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에 참석한 업주들이 서로 결과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송탄지부 관계자는 “영업시간 외 아가씨의 행동을 다 컨트롤할 수가 없다보니 생긴 일이다. 업주의 관리 책임도 있지만, 우리나라 법이 아닌 미군이 정한 내부 규칙으로 일방적으로 영업 금지를 시키는 건 부당하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미군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

수갑 사건 수사 자체도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달 넘게 수사를 진행하던 평택경찰서는 8월20일 미군 헌병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7월23일 해당 미군 헌병 모두를 입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조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자세한 수사 결과는 추가 보강조사 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첫 번째 조사에서 미군 헌병은 “정당한 공무 집행 중 한국인이 위협적인 공격을 해 정당방위로 수갑을 사용했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주차 단속에 협조했는데도 수갑을 채웠다”라는 피해자의 진술과 공개된 폐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현재 피해자 가게의 CCTV 및 인근 상가 CCTV, 제보자 휴대전화 동영상 등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다. 

두 번째 조사에서 미군 헌병은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미군의 요청으로 미군 헌병 조사를 평택경찰서가 아닌 파출소에서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비교적 경위가 명확한 사건을 한 달 넘게 끄는 경찰의 태도는 결국 미군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무 중 사건이면 미군이 재판권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소극적 수사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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