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파업복귀 50일만에... MBC 노조 '연가투쟁' 선포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05일자 기사 '파업복귀 50일만에... MBC 노조 '연가투쟁' 선포'를 퍼왔습니다.
보복인사 철회·PD수첩 정상화 등 5개 요구사항 내걸어... 재파업 가능성도

▲ 5일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MBC 노조가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홍현진

MBC가 또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이하 MBC 노조)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복인사·부당징계 철회와 'PD수첩' 정상화 등 5개 요구사항을  밝히고 이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주부터 연가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70일간 이어졌던 파업을 종료한 지 정확히 50일 만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정문 앞에서는 MBC 노조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초 기자회견은 본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사측이 정문과 남문 그리고 본관 1층 현관을 봉쇄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방금 사측으로부터 사내 집회 절대 금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방송사에서 기자회견을 막다니, MBC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사측, 정문에서부터 노조 기자회견 봉쇄 

다시 거리에 선 조합원 50여 명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170일간의 파업을 접고 복귀하면서 MBC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랐다"면서 "하지만 MBC는 껍데기만 남았다, 170일 파업하면서도 이 정도로 붕괴되지는 않다"고 개탄했다. 

"시한부 사장 김재철 사장이 마구잡이 경영을 하면서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조를 도발하고 탄압하고 있다. 서론, 본론 다 필요 없다. 결론만 남았다.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것과 별개로 김재철 사장이 MBC에 저지른 만행에 대응하겠다. 인내심이 바닥났다. 가슴에 담아둘 데가 없다."  

MBC 노조가 '파업종료'를 선언했던 지난 7월 17일, MBC 사측은 대규모 '보복인사'를 단행했다. 용인 드라미아 드라마 세트장에 정년을 5개월 남긴 대기자, 민요전문 PD, 스포츠 PD, 카메라 기자 등 9명을 발령하는가 하면, 일부 조합원들은 '미래전략실', '신사옥 건설국' 등으로 파견됐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업무가 배당되거나 사실상 할 일이 없어진 조합원들은 50여 명에 이른다.  

파업 참가자들은 업무에서 배제됐다. 보도국 정치부의 과반수는 파업 불참자와 시용기자로 채워졌고, 파업 참가 기자들에게는 노골적으로 리포트 기회가 감소됐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아나운서 전체 조합원 38명 중 단 10명에게만 TV 프로그램이 주어졌다. 

대기발령 및 징계로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한 조합원 20명은 'MBC 아카데미' 교육생이 되었다. 전직 뉴스앵커, 정년 2년을 남긴 대기자, MBC PD협회장, 중견 아나운서 등은 '교육생' 신분으로 샌드위치 만들기, 요가자세 등을 배워야 했다. 

"10일 연가투쟁... 중대결정 할 수도"

이러한 가운데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위기 쇄신'이라는 명분하에 'PD수첩' 작가 전원을 해고하면서, 방송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준 'PD수첩' PD는 "어제 TV를 보니, PD수첩 방송 나가야 할 시간에 '싸이 흠뻑쇼'를 하고 있더라"면서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PD는 "PD 7명이 밤새며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놀고 있다"면서 "어서 작가 전원을 원직 복직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카메라 기자들로 구성된 영상취재부는 해체되었다. 

'사찰 논란'도 나왔다. 보도국과 시사제작국에 HD급 고화질 CCTV 16대가 설치되는가 하면, 사측이 해킹 방지 프로그램인 '트로이컷'에 의도적으로 내부 사찰 기능 옵션을 추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사측은 "내부자료 보안과 외부해킹 차단용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MBC 노조는 5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 CCTV, 트로이컷 등 사찰도구들을 즉각 철거하고 책임 규명 ▲ 인권탄압적인 교육발령, 보복인사,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원직 복직 ▲ 'PD수첩' 즉각 정상화 ▲ 해체된 영상취재부 즉각 복원 ▲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결과 즉각 수용이 바로 그것. 정영하 위원장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 주부터 연가투쟁 등 본격적인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마 국장은 "향후 투쟁 수위를 점점 높여갈 것"이라면서 "중대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재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현진(hong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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