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4대강 보, 지천 흐름 늦춰 홍수 불렀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5일자 기사 '“4대강 보, 지천 흐름 늦춰 홍수 불렀다”'를 퍼왔습니다.

'4대강 사업 생태공원 태풍피해'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달성보 하류에 만든 경북 고령군 개진면 생태공원 산책로가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무너져 내려 땅속 깊이 묻었던 전선이 드러나자 24일 오전 공사관계자들이 땅을 더 깊이 파 전선을 다시 묻고 있다. 고령/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태풍 ‘루사’ 때도 무사했던 경북 고령
이번 ‘산바’로 농경지 침수 큰 피해
“아래쪽 보 때문에 물 못빠져나가”
수자원공사 “집중호우 때문” 반박

한반도에 큰 피해를 안긴 태풍 ‘루사’와 ‘매미’ 때도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경북 고령군과 김천시에서 이번 태풍 ‘산바’ 때는 낙동강 본류로 지천의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해 제방이 터지면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준설해 물그릇을 키웠기 때문에 홍수 방어 기능이 커졌다고 홍보해왔지만, 대형 보가 본류와 지천의 물 흐름을 늦춰 지천 유역의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겨레)가 지난 21~22일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낙동강 본류·지류 일대를 살펴본 결과, 태풍 산바가 덮쳤던 지난 17일 오후 낙동강 지천인 회천과 주변 소하천의 제방이 잇따라 터지면서 고령군 고령읍 고아리·장기리, 고령군 개진면 반운리 일대 딸기밭 등에 큰 침수 피해가 났다. 반운리에 있는 개진농공단지도 물에 잠겼다. 김천시에서도 율곡천 등의 제방이 터지며 농경지가 침수됐다. 경북도가 지난 19일까지 집계한 결과로는, 태풍 산바로 인해 고령에선 농경지 277㏊, 김천에선 926㏊가 침수됐다.고령과 김천지역은 우리나라 태풍 역사상 가장 큰 재산피해를 냈던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 때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다. 행정안전부가 해마다 발간하는 ‘재해연보’를 보면, 경북도에서는 루사와 매미 때 각각 6259㏊와 5880㏊의 농경지 침수를 입었지만, 당시 두 지역은 농경지 침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태풍 루사와 매미 때 고령·김천에 내렸던 비의 양도 이번 태풍 산바 때와 비슷했다. 루사(8월20일~9월1일)와 매미(9월12~13일)는 고령지역에 각각 177㎜, 162㎜의 비를 뿌렸다. 김천지역에는 각각 296㎜와 181㎜의 비가 내렸다. 이번 태풍 산바가 고령, 김천지역을 지나며 이틀간(지난 16~17일) 뿌렸던 강수량은 각각 192㎜와 261㎜로, 루사와 매미 때보다 조금 많거나 적은 수준이었다.고령지역 일부 주민들은 뜻밖의 이번 침수 피해의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본류와 지천 합류지점 바로 아래쪽에 합천창녕보를 건설한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회천이 낙동강 본류와 만난 합류지점에서 불과 3.5㎞ 하류에 합천창녕보가 있다. 주민 곽상수(43)씨는 “원래 이런 정도 비에는 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회천의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제방이 터졌다”며 “4대강 보가 지천의 물흐름까지 늦추는 바람에 홍수가 났다”고 주장했다.박창근 관동대 교수(시민환경연구소장)는 “이번 태풍 때 보에 가로막힌 낙동강 본류는 수위가 올라가며 유속이 느려졌고, 결국 지천인 회천의 물이 본류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제방이 터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국수자원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이번 태풍 때 고령 등 낙동강 일부 지류에서 제방 유실과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류하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집중호우가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4대강 사업은 강바닥 준설로 본류의 유수소통량이 늘어나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고령/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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