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월요일

2012 대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투표를 허하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3일자 기사 '2012 대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투표를 허하라!'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대통령선거 D-90, 화두는 ‘투표시간 연장’

▲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참정권 보장과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배포한 전단지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삽니다.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중략…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결코 보호받지 못합니다.투표하십시오”
2010년 KBS에서 방영된 (프레지던트)의 명대사다. ‘투표하십시오’, 선거철만 되면 강조되지만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한다면?  오는 12월 치러지는 대선부터 2시간 연장, 오후 8시까지 지금의 투표시간을 늘리는 법안을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방이 치열하다. 누구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투표 시간은 △부재자투표는 오전 10시~오후 4시(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부재자투표시간을 오전6시로 변경해 투표시간을 연장했다) △보궐선거투표 오전 6시~오후 8시 △임기만료선거 오전 6시~오후 6시로 제각각이다. 보궐선거의 경우, 오후 8시로 규정돼 있으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도지사·시장 등의 임기만료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는 공휴일로 지정되기 때문에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됐다. 민주노총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동자 가운데 임기만료선거 투표종료시간을 오후8시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1년 6월 비정규직 노동자 8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 중 64.1%가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기권 이유로는 ‘고용계약상 근무시간 중에 외출이 불가능했다’고 응답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42.7%를 차지했으며 ‘자리를 비울 경우 임금이 감액돼 못했다’는 의견도 26.8%나 됐다. 선거당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 경우, 새벽 시간에 투표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기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결과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투표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투표는 보장돼 있지만 해당 법이 비정규직을 비롯한 특수형태의 노동자 투표참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에 노동자에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사업자에 대해 강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선거일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유급 법정 휴일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법정공휴일로 규정한 것은 사기업체에 적용되지 않아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에 따른 요구다.  투표시간 연장 역시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 중 하나이다.
이 같은 요구안을 받은 쪽은 민주통합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은 임기만료선거에 있어 오후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노동계의 요구에 못 미치지만 영국의 투표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일본은 오전 7시~오후 8시, 이탈리아는 오전 6시30분~오후 10시 등으로 투표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투표시간 연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당초 여야는 오후 8시까지 투표시간 연장을 합의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돌변하며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 연장을 통한 투표율 상승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판단은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투표시간 연장은 정치쟁점화 됐으며 국회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선거일 전날과 당일, 단골손님처럼 투표율 몇% 이상이면 야권에 유리하고 미만이면 여권에 유리하다는 보도가 등장한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18대 대선에서도 투표율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만큼 투표 시간 연장은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표시간 연장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공당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막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대놓고 ‘비정규직·빈곤층은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것 밖에 안 된다.
KBS (프레지던트)에서 최수종은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번 투표시간 연장을 막는 새누리당에게 유권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세상 어느 유권자도 자신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후보를 위해 투표하진 않는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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