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1) 섬 속의 ‘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5일자 기사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1) 섬 속의 ‘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를 퍼왔습니다.

ㆍ“학교·병원도 없어 입주 못해… 장밋빛 청사진으로 사기분양”

지난 2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는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허허벌판에 고층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을 뿐 학교나 병원, 약국, 상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버스정류장엔 표지판도 없었다. 배차 간격도 30분이 족히 됐다. 내년 1월까지 1만여가구가 입주하는 도시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가 영종도 19.3㎢(585만평)에 아파트 등 4만5000가구를 지어 인구 12만명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인천공항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항공물류도시로 성장시키고, 58만4000㎡의 부지에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뮤지컬 전용극장 10여곳과 공연예술 테마파크를 갖춘 영종브로드웨이,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디자인 시티’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속속 발표됐다. 영종도와 청라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를 건설해 이 지역 주민들은 무료로 통행시킨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LH와 인천도시공사가 발표한 계획은 아파트가 올라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켜진 게 없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동보노빌리티를 분양받은 전모씨(55)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업체가 사기 분양을 했다”면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 10%를 떼이더라도 입주를 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주변에는 병원이나 학교 등 주요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중 지난 8일 첫 준공 승인을 받은 동보노빌리티는 2009년 585가구가 분양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00여가구가 전씨처럼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전씨는 33평을 확장비 1400만원 등 3억4900만원에 분양 받았다. 중도금은 시행사에서 후불 이자로 대출해 줬으며, 입주 때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는 “영종도라는 작은 섬에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건물만 우후죽순처럼 세워졌을 뿐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3년 전 분양가보다 아파트 가치가 30~40% 떨어진 탓에 되팔려 해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11월 입주 예정인 현대힐스테이트를 분양받은 이모씨(44)도 당분간은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을 예정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중학교는 6㎞나 떨어져 있고 고등학교는 내년에 개교한다”면서 “학교는 그렇다 치고 학원 하나 없는 도시에 어떻게 들어가겠느냐”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영종하늘도시에는 1만가구 정도가 입주해야 하지만 LH의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일반분양자는 입주할 사람이 전체의 10%도 안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거주민이 없는 ‘유령 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가보다 10~20% 싸게 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전체가 매물’ ”이라며 “전세도 20평형은 5000만~7000만원, 30평형은 6000만~8000만원 정도의 헐값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종하늘도시 인근 GS 영종자이는 1022가구가 분양됐지만 500여가구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입주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법원에 의해 공매 처분돼도 낙찰률이 55~60%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호 어울림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최고 20~30% 할인된 값에 나와있지만 수년째 빈 곳이 수두룩하다.

입주 예정자 이모씨(45)는 “계약금을 떼이기 싫고 당장 전셋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통행료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져 입주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곳에 거주하면서 인천과 서울에 직장이 있는 경우 출퇴근 때마다 민자로 건설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값비싼 통행료를 내야 한다. 

왕복 통행료가 인천대교는 1만1600원, 영종대교도 서울로 오갈 때는 왕복 통행료가 1만5400원이나 든다. 그나마 인천 방향은 인천시가 현지인에 대해 통행료를 100% 감면해주고 있지만 내년 3월이면 할인혜택도 종료된다. 기름값까지 계산하면 하루 평균 3만원가량을 도로에 뿌려야 하는 셈이다.

인천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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