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7일 금요일

'100세 보장' '종신보험'?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06일자 기사 ''100세 보장' '종신보험'?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를 퍼왔습니다.
[보험에 관한 오해④] 종신보험·CI보험, 우리 삶에 꼭 필요할까?

보험 관련 정보는 많지만 보험사 쪽 정보만 넘치고 소비자를 위한 내용은 찾기 힘듭니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넘치지만 사보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공보험이 불안하니 사보험을 자꾸 가입하고, 결국 가계 부담만 커집니다. 우선 공보험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 공보험과 사보험 사이의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과도한 사보험 지출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6회 걸쳐 사보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소개합니다.

보험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의문 중 하나는 '과연 내가 가입한 보험이 좋은 것인가'이다. 하지만 보험상품을 평가할 때 해당 상품이 좋은지 나쁜지는 별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해당 상품이 나에게 필요한지 불필요한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더라도 나에게 불필요하다면 적어도 그 상품은 나에게 좋은 것이 아니다.

사망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종신보험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과연 '사망보장이 종신토록 필요할까'이다. 가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종신보험에 가입한다. 

사망보장하는 종신보험, 꼭 필요할까?

▲ 한 보험회사의 종신보험 광고(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 교보생명

사망 위험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이 30대나 40대에 갑자기 사망한다면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 하지만 가장이 80대나 90대에 가족을 떠난다면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확률은 거의 없다. 고령으로 인한 사망은 가족들에게 감정적으로는 힘든 일이 될 수 있어도 적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보험은 감정을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들어 가장이 60세가 된다면 40세에 난 늦둥이도 이미 성인이 되어 있는 시기다. 이 시기는 자녀가 초등학교 다닐 때처럼 많은 사망보험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굳이 사망보험금이 없어도 가정에 일정정도의 자산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굳이 사망보험금이 아니더라도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

사망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 중에 일정기간만 사망보장을 하는 보험을 정기보험이라고 한다. 만약 34세 남자가 사망보험금 1억을 종신보험으로 가입하면 월 17만 원 정도 내야하지만 정기보험으로 가입한다면 4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정기보험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정기보험보다 종신보험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미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연장정기제도나 감액완납제도를 활용해볼 수 있다. 연장정기제도는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기준으로 정기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제도다. 전환 이후에 추가로 납입하는 보험료는 없다. 다만 그동안 몇 년을 납입했느냐에 따라 보장기간이 달라지는데 3~4년 정도 납입했다면 보통 자녀가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는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연장정기제도가 보장기간을 줄이고 보장금액을 그대로 가져가는 형식이라면 감액완납은 보장기간은 그대로 가져가되 보장금액을 줄이는 형식이다. 납입한 기간에 따라 보장금액은 달라진다. 납입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면 연장정기보다 감액완납이 유리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가입한 나이나 납입한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므로 어떤 것이 유리한지는 직접 보험사에 문의해봐야 알 수 있다.

CI보험, 과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 한 보험회사의 CI보험 상품 광고(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라이나생명

보장기간이 종신인 보험 중에 중대한 질병과 수술을 보장하는 CI(Critical Illness)보험이 있다. 이 보험의 경우 종신보험보다 높은 사업비를 가지고 있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게다가 CI보험을 단순히 암이나 심근경색 등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알고 가입한 사람들이 많다. 약관을 잘 들여다보지 못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강아무개(58)씨의 경우 암 보장이 많이 된다고 해서 CI보험에 가입했지만 정작 암에 걸려서 보험금을 청구하니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CI보험은 일반 암이 아닌 중증암을 보장하는 보험이라는 것. A씨의 암은 암세포가 크지 않아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보험회사 측의 답변이었다.

뇌졸중 역시 CI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걷지 못하거나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한 상태, 스스로 옷을 입지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 기본동작에 대한 장애 평가결과가 있어야 보장받을 수 있다.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경우도, 심장이 한 번 뛸 때 나가는 혈액이 절반정도로 줄어들어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이처럼 보험금 지급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움에도, 보험회사들은 가입시키기에만 급급할 뿐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100세 시대, 100세 만기보험 꼭 필요할까?

▲ 보험 계약을 따기 위해 유흥업소 출장 상담은 물론 KTX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보험회사들은 만기가 긴 보험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졌으니 보험 만기 역시 길어져야 된다는 이야기는 일면 합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화폐의 실질가치를 고려하면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 해서 보험의 만기를 늘리는 것은 괜한 보험료 지출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화폐는 실질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일상에서는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연봉이 1000만 원에서 1100만 원으로 100만 원 오르면 명목가치(돈의 액면가 그대로의 가치)는 10%가 오른 셈이다. 그 와중에 만약 물가가 10% 올랐다면 실질가치로는 연봉이 하나도 안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이때 물가가 올랐으니 내 연봉은 결국 안 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처럼 화폐가치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계속 변하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실질가치가 아닌 명목가치로만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행동경제학에서 화폐착각이라고 한다.

보험을 가입할 때도 실질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암진단금 3000만 원을 보장받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보통 이런 보장은 80세 또는 100세 만기로 받게 된다. 40세 남자가 보험에 가입하면 80세 때 3000만 원의 가치는 물가가 4%씩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가치가 7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60세만 돼도 실질보장금액은 반토막이 된다. 보장금액 뿐만 아니라 해약환급금도 마찬가지다. 보험료가 부담스러워도 만기에 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저축하는 셈치고 보험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20년 30년 후의 원금은 이미 원금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보험회사는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도 평균수명 100세 시대니 100세 만기 보험이 필요하다고 홍보한다. 사람들이 100년 후의 물가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보험료는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으니 보험회사로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일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해서 보험의 만기가 길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려면 보장 금액이 물가상승과 연동되어 지속적으로 올라가야 된다. 그리고 수십년 후의 건강보험 제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도 해당보험상품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며 수십 년 후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질병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암이나 심근경색 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보험만으로는 미래의료비를 모두 충당할 수 없다. 수십년 후의 의료비는 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 제도와 개인의 저축으로 극복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의료비 보험, 이렇게 가입하자!

요즘은 직장에서 단체보험 형식으로 의료비에 대해 보장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우선 단체보험으로 보장받는 부분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자. 질병 및 상해에 대한 의료실비를 보장받고 있다면 별도의 의료비 보험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특히 의료실비의 경우 중복보장을 받을 수 없으므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퇴직 이후를 걱정해서 보험이 필요할 것 같지만 당장 2~3년 내에 퇴직할 것이 아니라면 보험료 낼 돈으로 저축을 해서 미래 의료비를 준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30~40만 원씩 지출하는 보험료, 알고보면 3~4년만 모아도 1000만 원 이상의 돈이 된다. 

노후의료비의 경우 특별히 병이 없어도 아프기도 하고 또 큰 질병에 걸리면 입원·수술 이외에도 돈 들어갈 일이 많이 생긴다.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후의료비는 보험이 아닌 저축으로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보험료 내는 셈치고 별도의 의료비 통장을 만들어서 꾸준히 준비하면 20~30년 후에는 충분한 의료비 자산을 만들 수 있다.

직장에서 의료비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의료실비보험 정도만 준비해도 충분하다. 만약 4인가족(39세 남자와 35세 여자, 9세 남아와 7세 여아)이 다른 특약을 제외하고 의료실비만 가입한다면 월 6만 정도로 가능하다. 그럼에도 많은 가정이 더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방법조차 모른다. 많은 설계사들이 저렴한 설계안을 내놓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득의 8~10% 정도는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며 자꾸 비싼 보험 설계서를 가지고 온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월소득의 몇%를 가입해야 된다는 기준은 없다. 이는 가정의 월소득에서 일정금액 이상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지어낸 말일 뿐이다. 많은 가정이 월소득의 10% 이상을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1년 중 1달 이상을 오직 보험료를 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셈이다. 보험은 어디까지나 비용이다. 비용이라는 것은 적을수록 좋다.

박종호(joy2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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