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1일자 기사 '국정원, 총선 앞두고 北핵실험 정보조작?'을 퍼왔습니다.
풍계리 남쪽 갱도 토사더미 근거로 핵실험 준비설...美전문가들 "원래 있던 것"
정보당국이 8일 제공한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
4.11 총선을 나흘 앞둔 지난 8일 국가정보원으로 추정되는 정보당국은 기자들에게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실시 예상'이라는 제목의 A4용지 두 장짜리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와 함께 국정원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한 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퀵버드'가 4월 1일 촬영한 사진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의 사진이었다.
풍계리는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던 장소로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유력한 실험장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핵실험장 남쪽 갱도에 주목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내 기존 2개의 핵실험 갱도 외 새로운 갱도를 굴착하고 있는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갱도 입구에서 토사더미가 식별되었으며, 이 토사는 타지역에서 반입된 것으로 보이며, 3월부터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정원이 낸 자료에는 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남쪽 갱도에 토사더미가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을 강조하는 표시가 돼 있었다. 사진과 함께 국정원은 "3월부터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토사더미가 늘어났다는 증거가 될 만한 다른 시기에 찍힌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국정원의 이 자료를 근거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국정원으로 보이는 당국이 새삼 보도자료를 통해서 국민과 언론에 이 사실을 부각시키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보인다. 혹시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설익은 행동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이른바 '북풍'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려대로 국정원의 이 자료가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는 지난달 27일 3월 8일, 3월 27일, 4월 18일에 미국 상업위성 '지오아이'가 찍은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남쪽 갱도 토사더미의 크기는 대체로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토사더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파내진 것이며 8000㎥의 토사더미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SAIS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지난 27일 공개한 풍계리 남쪽 갱도 사진
이는 국정원이 남쪽 갱도의 토사더미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3차 핵실험이 준비중이라는 총선 사흘 전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미국 정보기관 전문가를 통해서도 나온 바 있다. CIA와 국무부 등에서 근무했던 군사·정보 전문가 프레데릭 플라이츠는 지난 4월 18일 미국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북한 청문회 직후 기자들에게 "현장에 토사의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내가 파악한 정확한 정보로는 이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북한이 단시일 내에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50% 미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존스홉킨스 한미연구소의 분석대로 남쪽 갱도의 토사더미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한미연구소가 제공한 이 사진에는 토사더미 부근에 외부의 도로와 연결된 탄광차 궤도가 새로 발견됐으며, 탄광차 행렬은 핵실험 장소에서 굴착된 토사들을 운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이와관련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 장소였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용 갱도 굴착 움직임이 있다며 "이 사진들을 보면 북한이 지난 몇 달 동안 핵실험 준비를 해왔음이 분명하지만 언제 실험을 단행할 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핵실험 준비 징후가 있기는 하지만, 국정원이 지목한 남쪽 갱도에서 발견된 토사더미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미 군 정보당국은 풍계리 남쪽 갱도가 아닌 서쪽 갱도를 3차 핵실험 유력 장소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총선을 앞두고 어설픈 정보 판단으로 자료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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