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사설]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별건 이용 말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30일자 사설 '[사설]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별건 이용 말라'를 퍼왔습니다.
국방부가 검찰이 압수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넘겨받아 현역 군인이 있는지를 색출하겠다고 나섰다. 검찰의 협조를 받아 당원명부를 넘겨받은 뒤 현역 군인이 포함돼 있으면 군인이 정당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법률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 될 일이다. 검찰과 군 등 권력 집단이 당원명부를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하면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가 애초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수사에 국한되지 않고 별건으로 이용되리라는 우려는 압수수색 당시부터 제기됐다.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는 그 자체가 정당 사상 초유의 초법적 사건이었다. 비례대표 부정 의혹 수사가 꼭 당원명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검찰은 당원명부를 가져간 뒤에는 야권 단일화 경선 부정 의혹도 수사하겠다고 하는 등 먼지털기식 수사를 할 태세였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당원명부를 토대로 모든 권력기관이 좌파 척결에 나설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종북세력 운운하더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좌파몰이에 나서겠다는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교육과학기술부는 검찰에 교사 명단을,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명단을 달라고 하지 말란 법이 없다. 당원명부가 검찰 손에 들어간 뒤 20만 당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현행법상 당원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교사·군인들은 혹여 불이익이 올까 노심초사하고 있고, 취업준비생은 대기업 취업 때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한다고 한다.
정당의 당원명부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리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돼 있다. 당원명부를 토대로 한 어떤 형태의 공안몰이도 반헌법적이다. 당원명부는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헌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여기에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국민의 기본권적 토대가 무너진다. 개별 사건을 통해 드러난 위법 사례가 아니라 당원명부 자체의 문제인 만큼, 법적 잣대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검찰은 당원명부와 관련해 “비례대표 선출 과정을 제외한 별건 수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의 협조 요청에 대해서는 “함부로 넘겨주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당원명부 압수 자체도 논란인 상황에서 애초 목적 외의 수사에 이용될 경우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은 당원명부를 가지고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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