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9일 화요일

[사설]‘무늬만 민자사업’까지 벌여 국민 주머니 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8일자 사설 '[사설]‘무늬만 민자사업’까지 벌여 국민 주머니 터나'를 퍼왔습니다.
국토해양부 소관 민간투자사업 가운데 6개 대형 사업이 ‘무늬만 민자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공기업·국민연금 등 공공부문의 출자 비율이 50%를 넘어 사실상 공공투자사업인데도 ‘민자사업 수익성 보장’을 내세워 이용자들에게 비싼 요금을 부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울산 고속도로 민자사업은 한국도로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이 100% 지분을 갖고 있고, 신분당선 정자~광교 복선전철 민자사업의 경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80%를 보유하는 등 공공부문 지분이 50%를 넘는 대형 민자사업이 6개에 이르렀다. 민간자본의 투자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참여비율이 낮은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포장돼 있는 것이다. 민간의 투자를 촉진해 효율적으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꾀한다는 민자사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무늬만 민자사업’인 셈이다.

민자사업에는 애초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혈세 먹는 하마’로 비판받아 폐지되면서 민간의 투자가 시들해지자 공공부문이 총대를 메고 사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천공항철도처럼 턱없이 부풀린 수요예측을 내세워 건설했다가 이용객이 없어 적자보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공공부문(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이 인수한 사례도 있다.

우선 민간투자가 미미해 사실상 공공투자사업으로 건설된 시설이면서도 민자사업임을 내세워 이용요금을 비싸게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 국민연금공단이 8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일산~퇴계원의 통행료가 ㎞당 118원으로 정부 재정으로 건설한 남부 구간의 통행료 ㎞당 47원보다 3배 가까이 비싼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분별없이 민자사업을 벌이는 정부의 자세다. 정부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민자 도로나 철도 건설이 불가피한 듯이 민자사업을 밀어붙이는 관행이 문제다. 건설비를 민간에 부담시켰다가 운영적자를 메워주느라 더 많은 혈세를 퍼주게 되면 결과적으로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꼴이 된다. 반드시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있다면 정부 재정으로 건설해 국민이 싼값에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재정 여유가 부족하면 우선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건설하면 된다. 과도한 건설투자 계획을 세운 뒤 민간을 끌어들이고, 민간투자가 부진하면 공공부문에 총대를 메게 하는 식의 ‘건설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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