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도로 한나라… 새누리, 쇄신·민생 공약 흔들리고 다시 구태·색깔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8일자 기사 '도로 한나라… 새누리, 쇄신·민생 공약 흔들리고 다시 구태·색깔론'을 퍼왔습니다.
‘승자의 저주’인가. 4월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에 과거 한나라당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쇄신 기운이 약해지면서 ‘민생’ 논의는 자취를 감추고, 퇴행적 정치 행태와 색깔론 망령이 대신하고 있다.

상징적 사례가 국회의장직 선출이다. 다음달 1일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 6선인 강창희 당선자 선출이 유력시된다. 강 당선자는 육사 25기로 5공화국 인사다. 중령으로 근무하다 1980년 예편한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해 1983년 국회의원이 됐다. 그가 국회의장이 된다면 대한민국 권력서열 2위의 자리를 5공 출신 인사가 차지하게 된다.

▲ 강창희…5공 출신 ‘신군부 세력’ 국회의장 선출 유력
▲ 황우여…당 대표로 민생 손놓고 대선 경선 관리만 강조
▲ 이한구…“방송 파업은 정치파업” 해결 의지 전혀 안 보여
▲ 김영환…최병렬 등과 친박 7인회, MB의 ‘6인회’ 전철 우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창희·황우여·김영환·이한구

강 당선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전 전 대통령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12·12 쿠데타나 광주민주화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바 없다는 점이 5공 청문회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총선,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체제가 강화되면서 내부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쇄신파 의원은 “ ‘강창희’라는 인물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친박계 참모들의 마비된 정치의식이 더 문제”라고 밝혔다.

‘친박계 7인회’ 부상도 퇴행의 한 단면으로 꼽힌다. 최근 김용환 당 상임고문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7인회라고 부르는데 가끔 만나 식사하고 환담한다”며 “총선이 끝난 뒤에도 박 전 위원장과 한 번 모였다”고 그 실체를 확인했다.

문제는 7인회의 면면이다. 김 상임고문을 비롯해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발행인,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당선자다. 김 상임고문은 유신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최 전 대표는 유신시절 언론사 정치부장이었고, 2004년 한나라당 대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안 전 발행인은 유신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검찰총장 출신의 김기춘 전 장관은 중앙정보부 파견 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다 보니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7인회가 있다는데, 수구꼴통이어서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6인회’가 있었는데 절반은 감옥가고 나라를 망쳤다”(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는 비판도 나온다. 6인회 멤버는 이 대통령, 이상득 의원, 박희태 전 국회의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의원, 김덕룡 민화협 상임의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 줄곧 “새누리당 이념은 민생”이라고 외쳤지만, 당 운영에서는 민생보다 이념이 앞서 있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지난 24일 국회 브리핑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 제명 결의안이 19대 국회가 개원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내내 ‘민생’을 강조했던 집권여당의 19대 국회 1호 의안이 타당 당선자 제명 결의안인 것이다. 그 명분도 결국은 ‘색깔론’이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에서 “종북 주사파의 국회 입성에 우려의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첫 대표인 황우여 대표도 ‘민생’에 손놓기는 마찬가지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의 ‘공정한 관리’만을 강조할 뿐 당의 지향이나목표점은 뒤로 밀어놓고 있다. 

민생 우선을 위해 총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흔들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총선 125개 공약 중 재원 소요가 많은 사병 월급 2배인상과 장애인 특수교사 7000명 증원 등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현안으로 떠오른 방송사 파업을 놓고도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속적으로 “정치 파업”만을 강조하며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전 위원장도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쇄신을 계속해도 대선에서 이길까 말까인데 이렇게 가면 필패다. 소통과 비판의식은 사라졌고 ‘박근혜 대세론’에 취해 당이 죽어가는데 친박들만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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