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사설]새누리의 ‘강창희 국회의장론’ 가당치 않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7일자 사설 '[사설]새누리의 ‘강창희 국회의장론’ 가당치 않다'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의 절대주주로 등장한 친박계의 지원 속에 ‘강창희 국회의장론’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6선의 강 당선자(대전 중구)는 육사 25기 출신으로 1980년 신군부에 발탁돼 5공 출범과 함께 정계에 입문한 인사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이가 대의기관인 국회의 수장이 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끈 친박계가 여세를 몰아 ‘5공인사’를 국회의장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회를 욕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창희 의장론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문제의식 빈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친박계는 강 당선자를 국회의장으로 미는 이유로 대선 승리를 내세운다. 강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되면 충청표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최대 약점이 유신의 그늘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이 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신군부의 막내’로 불린 강 당선자를 국회의장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1970년대의 유신세력과 1980년대의 5공 세력의 결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거 회귀 정당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것이 뻔하다. 또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강창희 의장론은 박 전 위원장이 집권할 경우 국민에게 국정을 이명박 정권처럼 밀어붙이기 일변도로 운영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킨다. 새누리당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것 같다. 

강창희 의장론의 배경에는 이른바 ‘친박 7인회’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박 전 위원장이 간헐적으로 만나는 이 모임에는 유신 정권 인사인 김용환 전 재무장관과 김기춘 전 검찰총장, 조선일보 출신인 최병렬·안병훈, 신군부 세력인 김용갑 전 총무처 장관·강 당선자, 그리고 박 전 위원장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의 현경대 전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편향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과 유신·5공 시대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모임의 막내인 강 당선자가 국회의장 후보가 된 데는 ‘7인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정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MB 6인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현실적 힘은 미약하지만 국회의장이란 자리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가능한 한 국회의장에 국회의 품위와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앉히려고 노력했다. 박정희 정권 때의 정일권 국회의장이나 전두환 정권 때의 정래혁 국회의장도 군 출신이었으나 당시는 군사독재 정권 치하였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친박계는 지금이라도 강창희 의장론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강 당선자도 시대 변화와 국민 정서를 읽고 현명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박 전 위원장은 7인회와 같은 조직을 해체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야 현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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