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배현진 아나운서 "MBC 노조는 야당편" 주장 논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30일자 기사 '배현진 아나운서 "MBC 노조는 야당편" 주장 논란'을 퍼왔습니다.
"중립" 주장하지만 노조 공격하는 사측 홍보수단 돼

파업 도중 노조를 탈퇴하고 메인뉴스 앵커로 복귀한 MBC 배현진 아나운서가 MBC 사내게시판에 노조와 동료 아나운서를 비판한 긴 글을 올렸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파업에 끌려갔으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의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MBC 파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했던 언론인들은 배 아나운서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배 아나운서는 MBC 사내게시판에 '배현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는 MBC가 보도자료로 다시 외부에 알렸다.

배현진 "선배에게 협박 받아"


▲배현진 아나운서. ⓒMBC
글에서 배 아나운서는 MBC 노조의 파업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자의와 무관하게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의 시점과 파업 돌입의 결정적 사유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그저 동원되는 모양새는 수긍할 수 없었"으나 노조 지도부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언론 독립을 내건 MBC 노조가 사실상 '진보 진영' 저명인사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은 점도 불만이었다고 배 아나운서는 밝혔다. 그는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 진영의 저명인사들이 차례로 초청되었고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다며 "비단 '진보 인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방송'과 '완벽한 언론 독립'을 기치로 내건 우리였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한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으나, 그는 동료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배 아나운서는 지난 2월 한 선배 아나운서와 만나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으나 "계속 이런 식이라면 너 같은 아이는 파업이 끝난 뒤 앵커고 방송이고 절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배 아나운서는 노조 내에서도 파업이 장기화되며 선후배 간 폭력이 행해졌다고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의견이 언론에 보도되는데 대한 부담을 느낀 듯 "노조에서 나왔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 그 의도 매우 불쾌"하다며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라고 강조했다.

사측 홍보 수단 이용, 어떻게 봐야 하나

배 아나운서의 자기고백에도 불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배 아나운서의 글이 MBC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된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배 아나운서가 자신을 '특정 편'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불쾌함을 내비쳤으나, 이미 MBC 노조와 경영진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는 물론, 언론을 바라보는 정반대 시선을 대변하는 구도를 대표하는 게 현실이다.

배 아나운서의 의도가 어쨌든, 그의 글은 노조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노조가 주장한 '편집권 독립'과 배치되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바른 방송인, 바른 언론인의 화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배 아나운서의 의견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배 아나운서가 스스로 밝힌 뉴스 앵커의 업무 특성으로 미뤄보면, 이미 그는 자신의 의견을 공중파 뉴스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배 아나운서는 사실상 MBC 노조를 공격하기도 했다.

배 아나운서는 "저는 뉴스 앵커로서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아이템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앵커 멘트를 직접 작성"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배 아나운서는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 관련 보도 당시 사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신체적 충격이 있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이미 판명났다. 그가 업무에 복귀한 건 결국 사측의 편을 들기 위해서였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와 같은 비판은, 배 아나운서의 주장대로라면 "특정 진영과 함께 가는" 길을 택한 '독립적이지 못한' 해직, 파업 언론인들에게서 강하게 제기됐다.

전 YTN 노조위원장인 노종면 (뉴스타파) 앵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배현진은 메인뉴스 톱이며 쌍방이 엄연히 존재하는 '권재홍 신체 충격기사를 일방이 써주는 대로 읽었고 (배 아나운서의 리포트는) 결국 저질 조작 보도임이 드러났다"며 "정직? 중립? 배현진이 언급할 자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파업에 참여 중인 MBC 김수진 기자도 SNS에서 "뒤늦게 배현진을 보며 자기합리화와 나르시시즘이 폭력이 된다는 걸 실증적으로 목격 중"이라며 "'내가 주인공이고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장 중요하다는 유아적인 의식만 버려도 세상을 깔끔하게 살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배 아나운서는 정면 비판했다.

이남호 기획취재부 기자도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그런 일(폭력)이 있었다면 인사위에 부치든 형사적 처벌을 하든 해결책을 찾으시기 바란다. 이런데서 이런 식으로 언급해서 그게 마치 노조 전반의 문화인 것처럼 악용하시지 말"라며 배 아나운서가 노조를 부당하게 공격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름값 있는 배 아나운서의 복귀에도 불구,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여전히 2%대에 머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언론노조가 밝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7%는 각 언론사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김재철 MBC 사장 등 이른바 '낙하산 사장'의 퇴진에는 75.8%가 찬성했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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