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김재철, 92년 파업 열심히 도와 감사의 뜻도 전했는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27일자 기사 ' "김재철, 92년 파업 열심히 도와 감사의 뜻도 전했는데"'을 퍼왔습니다.
 [인터뷰]정년퇴직 1년 앞둔, '50일 파업' 주역 안성일 MBC 심의평가국 부국장

"이 파업을 유지하면서 느낀 분노, 각오 등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윤길용, 이진숙처럼 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청자와 국민들에 대한 언론인의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MBC노조 제공 파업 중인 MBC노조를 찾아 발언 중인 안성일 심의평가국 부국장
퇴직을 1년여 앞둔 MBC 안성일 심의평가국 부국장은 27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파업 중인 후배들에게 '변치 않는 마음'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성일 부국장이 언급한 윤길용 편성국장은 시사교양국장이던 지난해 6월 MBC PD협회로부터 "최승호 PD 등 'PD수첩'의 제작진 교체와 아이템 검열 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또 2010년부터 MBC 홍보국장과 대변인을 맡아 활동한 이진숙 현 기획조정본부장도 "사실 관계까지 왜곡하며 김재철 사장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MBC 기자회에서 제명됐다. 윤 국장과 이 본부장은 92년 MBC노조의 50일 파업에 참가한 바 있다.

안 부국장은 81년 입사해 스포츠부와 사회부, 경제부 기자 등을 두루 거쳤다. 90년에는 노조 위원장을 하다 해고와 함께 연행까지 당한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언론인이다. 안 부국장은 은 92년 50일 파업에 대해 "당시에는 사옥 내부까지 공권력이 투입돼 연행되기도 했다"며 "그때보다 지금 사측의 행태는 오히려 더욱 치졸하고 악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안 부국장은 퇴직을 1년여 앞두고 굳이 노조의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 "무용가 J씨 사건도 그렇고, 공정방송을 하겠다던 노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여러모로 사장할 '깜냥'이 되지 않는 사람을 몰아내기 위한 파업에 함께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안 부국장은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며 노조 집회에 직접 참석해 격려와 응원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90년 당시 노조 위원장을 하다 해고돼, 92년에는 경찰에 연행까지 당했다. 당시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다른가?

당시도 지금처럼 조합원들의 열기가 뜨거웠고 경찰에 의해 손석희 아나운서 등 6명 정도가 연행됐다. 지금은 다만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을 뿐이지 사측의 행태는 더 치졸하고 악랄하다.

정년 1년을 앞 둔 상황에서 굳이 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나선 이유는?

그냥 내 마음 편하려고 참가한 것이다.(웃음) 사실 김재철 사장의 경우 취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줄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구성원들이 이에 반대하자 '편파방송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회사에 들어왔지만 이를 어겼다. 최근에는 무용가 J씨 문제 등 도덕적으로도 MBC 사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장을 몰아내자고 후배들이 나섰는데 가만히 있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김재철 사장이 1년 선배이다. 92년 파업 당시 스스로 파업 홍보물도 열심히 나눠줬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때 내가 노조 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김재철 사장이 파업특보도 열심히 돌려서 감사의 뜻도 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김재철 사장 말고 바뀐 사람 많다. 윤길용 국장은 90년 파업의 시초가 됐던 PD수첩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을 제작했었고, 이진숙 본부장은 내가 93년 6월2일 복직할 때 노보에 환영하는 글을 썼던 사람이다. 현재가 중요한 것 같다. 과거에 나쁜 짓 하다가 현재 좋은 일 하는 사람보다 과거에 좋은일 했다가 현재는 나쁜일 하는 사람을 더 낫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느냐.

권재홍 앵커와 입사동기이다. 최근 권 앵커가 노조와 마찰을 빚으며, 거짓 부상 논란까지 빚은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재홍이가 입사 동기이기는 하지만 3살 어리다. 사실 지난 번에도 뉴스를 하다가 중간에 쓰러졌던 적이 있는데 심신이 약한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에는 내가 연락하면 괴로워 할 것 같아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벌써 119일 째다. 지금 MBC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사장으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후 김 사장 같은 사람이 사장이 될 수 있었던 선임구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MBC에서는 해고와 같은 중징계가 쏟아지고 있다. 

옛날 나도 겪은 일이지만 집행부가 너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또한 120일이 될 때까지 열심히 파업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자랑스럽다. 사실 노조활동이라는 것이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 얼마든지 자신이 빠지고 싶은면 그만둘 수 있는 것인데도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해야한다는 ‘자존심’ 때문에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파업 이후도 걱정하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에 갈등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92년 파업 당시에도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선배들에게는 인사도 하지 말자'는 말도 오갔다. 화합도 중요하지만 이번 파업을 통해 기자들이 앞으로 기자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일 공정방송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보도라는 것이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는 싸워야 한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파업 100일 집회 때도 후배들에게 말했지만 이 파업을 하면서 우리가 느꼈던 직업의 의미,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 각오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윤길용, 이진숙처럼 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청자와 국민들에 대한 언론인의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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