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5·18 대신 아웅산 찾았던 MB, “종북세력 큰 문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8일자 기사 '5·18 대신 아웅산 찾았던 MB,  “종북세력 큰 문제”'를 퍼왔습니다.
대통령 라디오연설 “천안함 폭침, 과학적 근거 나왔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종북?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제91차 라디오연설을 통해 “2010년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늘 그래 왔던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문제를 ‘종북세력’ 논란으로 연결 짓는 것은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여론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을 활용한 언론 프레임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 문제는 정부의 공식 발표에도 여러 가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종북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의 관전 포인트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라는 표현이다.

지난 2010년 5월 2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장병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CBS노컷뉴스

현직 대통령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이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보수진영은 ‘종북주의 프레임’으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러한 여론몰이에 힘을 실어주고 나선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날 라디오연설의 핵심은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를 다녀왔다는 점을 알리는 내용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상이 미얀마를 찾은 것은 실로 30년 만이다. 미얀마는 우리 국민에게 참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나라이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대한민국 정상을 노린 폭탄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열일곱 분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저는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흰 꽃을 바치면서, 지난 30년 전 바로 그곳에서 산화한 열일곱 분의 넋을 가슴 깊이 기렸습니다. 이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이분들은 분단과 무자비한 테러의 희생자였습니다. 이분들이 누구 손에 목숨을 잃었는가를 생각하면 정말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메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 사실을 홍보 포인트로 삼은 이유는 과거 테러 사건이 일어난 곳인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왔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른 대통령은 그곳을 찾지 않았으며 자신이 30년 만에 방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한 시점은 5월 15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중요 기사로 부각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3일 뒤인 5월 18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불참했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을 제외한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등 4년 연속 불참이다.
미안먀 아웅산 국립묘지는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광주 5․18 국립묘지는 방문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 이미지 홍보효과에 있어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당시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도 광주에 오지 않았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 기념사도 없었다. 총리 기념사도 대체됐기 때문”이라며 “오늘 국민은 광주영령의 뜻을 되새기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광주의 ‘광’자, 민주의 ‘민’자도 떠올리기 싫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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