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9일 화요일

순복음교회 목사 "연등회가 전통문화? 그건 사기"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5-28일자 기사 '순복음교회 목사 "연등회가 전통문화? 그건 사기"'를 퍼왔습니다.
석가탄신일 광고 논란... 김봉준 목사 "불자인 문화부 장관이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 구로순복음교회가 5월 19일 <국민일보> 종교면 실은 석가탄신일 축하(?) 광고 ⓒ 국민일보

'석가탄신일을 맞이한 불교계와 불자들께 축하드립니다'는 제목의 광고가 떴다. 그것도 보수적인 순복음교회가 낸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웃 종교의 큰 잔치를 축하하는 열린 마음이라 칭찬을 받을 법하지만, 이 광고에는 비난이 더 많이 달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고 제목과 다른 내용이 제법 실렸기 때문이다.

구로순복음교회 김봉준 목사는 5월 19일 종교 면에 교역자·당회·성도 이름으로 이 광고를 실었다. 제목에서는 석가탄신일을 축하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불교 연등회(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는 전통문화가 아니며 세금으로 이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비중 있게 실렸다.

제목과 다른 광고 내용을 놓고 누리꾼들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불교계에서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이런 광고를 냈다고 생각해 봐라"(@jinzza***), "저도 개신교인이지만 참 부끄럽네요"(@twittingsu***)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김 목사는 25일 만난 자리에서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 입을 열었다. 김 목사는 불교 연등회를 '전통문화'가 아니라 일제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교 신자인 문화관광부 장관이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종교 편향이라는 것이다.

축하를 가장한 불교 공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김 목사는 불교를 전혀 공격할 의도가 없었으며, 다만 예의를 갖추고 싶어 제목을 그렇게 달았다고 했다. 다만, 특정 종교의 행사를 세금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고 싶었다고 했다. 불교를 깎아내리는 것이라 비난하거나 오해해도 어쩔 수 없으며, 자신이 그들에게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소신을 밝혔다.

"잘못된 근거 들어 무형문화재 지정... 거짓말하고 있는 것"

김 목사와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석탄절 축하 광고를 제작한 구로순복음교회 김봉준 목사. ⓒ 뉴스앤조이 전현진
- 신문 광고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불교 연등회가 '전통문화'라는 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역사적으로 잘못된 근거를 들어 연등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 사실을 몇 달 전에야 알았다.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아직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광고를 냈다."

-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불교의 연등 행사는 조선 600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 1000년을 이어온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의 연등 행렬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정토종이 주도한 것이 그 뿌리다. 일제 잔재라는 얘기다. 이것이 한국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는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불교 연등 행사를 무형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연등회의 역사성을 입증하기 위해 불교와 관련이 없는 행사도 불교 연등 문화로 일반화하고 있다. 이것은 사기다."

- 교인들이 동의한 내용인가.
"공동의회를 통과한 뒤 광고를 낸 것이다. 취지를 설명하니 한 사람도 반대하지 않았다. 광고 글은 내가 직접 썼다. 교인뿐만 아니라 동료 목회자들도 응원했다. 연등 행사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알고 1인시위를 하겠다는 분도 있었다."

- 제목에서는 "불교계와 불자들께 축하드립니다"고 해 놓고선 내용에서는 그와 상반된 비판을 하니까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축하를 가장해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불교를 공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광고 자체가 불교를 향한 것도 아니다. 다만 불교 최대 명절과 그 행사를 거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것이다. 예의는 갖추되, 아부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심히 썼다.

개인적으로 다종교 국가인 한국에서 종교 분쟁이 없는 것은 불교의 '자비' 사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다만 특정 종교 행사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불교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감이다. 하지만 사과할 일은 아니다."

"연등회 보는 외국인들, 우리나라를 불교국가로 생각할 수도" 


- 연등 행렬은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좋은 볼거리인데.
"외국인이 좋아한다고 특정 종교 행사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행사의 근거도 거짓말에 기초한 것 아닌가. 연등회를 보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불교 국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많은 나라에서 성탄절 행사를 하고 있지만 그곳을 기독교 국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연등회를 보고 한국을 불교 국가라고 여긴다는 것 억측 아닌가.
"성탄절은 이미 세계적인 명절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성탄절을 명절로 보낸다. 하지만 석가탄신일은 불교 국가에서만 큰 명절로 여긴다. 불교 행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연등회를 국가적으로 지원한다면 불교 국가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래서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다. 종교 편향은 안 된다."

- 연등회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종교 편향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일단 '전통문화'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문광부 장관이 불교 신자다. 한국고대사를 전공한 장관이 그 역사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등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개인 신앙을 위해 '밀어 넣기'한 것 아닌가. 또 문화재 지정 당시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불교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무릎 꿇고 기도한 것 가지고도 종교 편향이라고 한다. 불교 신자인 장관이 개인 종교 때문에 연등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종교 편향 아닌가. 공무원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

"기독교인 양심에 맞게 행동한 것... 사과할 일 아니다" 

▲ 지난 5월 19일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맞이 연등회 모습 ⓒ EPA-연합

- 광고에 소송을 거론했다. 소송이나 다른 행동을 할 계획이 있는가.
"없다. 이번 광고 이후 더는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불교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에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광고를 낸 것이다. 더 광고할 생각이 없다. 소송을 거론한 이유는 그런 반발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정부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강하게 반발할 수 있지 않나."

- 광고에 '기독교 신앙은 정부에 순응하는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 정책이 성경과 대치될 때에는 단호히 거부하기도 합니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기독교 신앙은 위정자를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다만 그것이 성경과 반대될 경우 순교도 각오하고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연등회를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 그런 경우다. 이것은 거짓말에 기초한 종교 편향적 결정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런 결정에 반대할 것이다."

- 교계 내부에서도 이번 광고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찬성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같은 일은 아니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특별히 그 사람들에게 할 말은 없다."

- 비기독교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어쩔 수 없다. 사실 이 일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몰랐다.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 기독교인으로 양심에 맞게 행동한 것이다.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불교 행사가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말한 것이다. 기독교 행사를 세금으로 진행한다면 얼마나 많은 비난이 쏟아지겠는가. 이런 일 때문에 종교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종교 간에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편향적인 모습은 갈등을 만들 수 있다. 국민 화합을 깨트릴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도 실렸습니다.

 전현진 (newsnjo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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