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독일 네티즌수사대의 위용을 보라


이글은 시사인 2012-05-26일자 기사 '독일 네티즌수사대의 위용을 보라'를 퍼왔습니다.
논문 표절을 파헤치는 독일의 인터넷 수사대 ‘프로니플락’이 최근 아네테 샤반 독일연방 교육장관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사실을 밝혀냈다.

아네테 샤반 독일연방 교육장관이 32년 전에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상당 부분이 표절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샤반 장관은 25세의 젊은 나이에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논문 표절 행위를 파헤치는 인터넷 수사대 ‘프로니플락(VroniPlag)’이 최근 샤반 장관의 논문 중 100여 군데나 되는 부분이 표절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샤반 장관의 논문 표절 의혹은 학위를 수여한 뒤셀도르프 대학의 학위검증위원회가 현재 정밀 심사를 진행 중인데, 당사자인 샤반 장관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 익명이라 대학 당국의 검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밝혀서 비난을 자초했다.

‘로베르트 슈미트’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니플락의 한 회원이 ‘샤반플락’이라는 개인 블로그를 따로 개설한 뒤 프로니플락에서 조사한 샤반 장관의 논문 표절 내용을 폭로했는데, 그는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샤반 장관의 학위 논문 가운데 표절 부분은 전체 논문의 10%에 달한다. 학자적 양심을 지녔다면 본인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라며 장관에게 표절 행위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Reuter=Newsis 표절 논란에 휩싸인 아네테 샤반 교육장관.
프로니플락 회원으로 샤반 장관의 논문 검증에 참여했던베를린 자유대학(FU)의 게르하르트 단네만 교수는 “샤반 장관의 논문 가운데 표절 부분은 100군데에 이른다”라고 폭로했고, 베를린의 법학자인 폴커 리블 교수는 “이미 밝혀진 표절만으로도 학위는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라면서 샤반 장관을 압박하고 나섰다. 오스트리아의 표절 색출전문가인 언론학자 스테판 베버 박사도 “학위 취소는 당연하다”라며 공세에 가담했다. 여기에 사민당과 녹색당 등 야당 정치인들이 들고일어나 샤반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반 장관의 박사 논문 표절 논란은 2011년 봄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전 국방장관이 박사 논문 표절이 밝혀져 학위가 취소되고 장관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고 아예 정계 은퇴까지 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샤반 장관은 특히 교육과 연구를 관장하는 연방 교육장관이라는 점 때문에 학계와 정치계에서 더욱 거센 논란의 대상이 된다. 샤반 장관은 문제가 된 박사 학위 논문이 최우수 논문으로 평가받아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으며, 후에 정치계로 투신해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의 교육·연구부장관을 거쳐 기독민주당의 부총재까지 승승장구했다. 현재 베를린 자유대학의 명예교수직을 지니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 샤반 사퇴 요구

지난 1년 사이 독일에서는 박사 학위 논문 표절자들에게 ‘저승사자’로 통하는 인터넷 수사대 프로니플락이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각종 논문 표절 내용을 조사해서 폭로해오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구텐베르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실바나 코흐메린 전 유럽의회 부의장, 게오르지오스 차치마르카키스 유럽의회 의원, 비얀 지르사라이 국회의원, 마티아스 프로플록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의회 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이 박사 학위를 취소당했다. 이들의 박사 학위 논문 가운데 어떤 논문은 40%에서 심지어 71% 이상이 짜깁기되었음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프로니플락은 마르틴 하이딩스펠더라는 사람이 창설했으며, 2008년도에 콘스탄츠 대학에서 취득한 박사 학위 논문의 54%가 표절임이 밝혀진 후 지난해 5월 박사 학위가 취소된 페로니카 자스(에드문트 스토이버 전 바이에른 주지사의 딸) 변호사의 이름인 ‘페로니카’의 이름을 딴 인터넷 수사대다. ‘프로니’는 페로니카라는 독일 이름의 별칭이다.

프로니플락은 어떤 논문의 표절 여부를 판가름할 때 회원들이 돌려가면서 논문을 검사해 결론을 내린다. 이들이 제기한 표절 의혹은 해당 대학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정밀 심사를 한 후 학위 취소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들 인터넷 수사대의 활약으로 독일에서 논문 표절 행위가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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