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박원순 시장, 이제는 반값 천기저귀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31일자 기사 '박원순 시장, 이제는 반값 천기저귀다!'를 퍼왔습니다.
서울시, 어린이집 영아 부모에게 천기저귀 비용 절반 지원해

ⓒ민중의소리 서울시가 반값을 지원하는 천기저귀를 쓰게 된 아이들의 모습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반값' 열풍이 색다른 곳에 불고있다. 반값등록금 요구가 거세지면서 반값 할인쿠폰, 반값 항공권 등 반값이 여기저기 등장했다. 서울시는 조금은 특별한 반값을 선보였다. 바로 '반값 천기저귀'다. 

서울시는 올해 5월부터 노원, 은평, 강서, 관악 4개구 소재 시범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서울시와 학부모가 반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천기저귀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천기저귀 지원 사업은 천기저귀 사용을 희망하는 부모가 어린이집을 통해 신청을 하면 서울시가 비용의 반을 부담한다.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천기저귀를 제공하고 세탁업체는 살균과 세탁은 물론 배달·수거를 담당한다. 

서울시의 천기저귀 지원 사업은 환경과 건강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일회용 종이기저귀로 인한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화학 소재로 만들어져 아토피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이기저귀 대신 천연 재료로 만든 천기저귀를 사용하자는 취지다. 

30일 오전 서울시가 지원하는 시범 어린이집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 신사어린이집을 찾아 천기저귀를 쓰고 있다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제자리에 서있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큰눈망울을 깜빡이며 천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천기저귀를 보고 있는데 한 아기가 기저귀 갈 때가 됐다고 한다. 살짝 옆으로 가서 지켜보는데 기저귀를 갈려고 누워있던 아이가 낯가림 없이 방긋 웃는다. 기저귀를 갈면서도 꺄르르 웃고 박수치는 아기의 모습이 참 해맑았다.

ⓒ민중의소리 아이가 천기저귀를 갈던 중 카메라가 신기한 듯 손을 뻗었다

ⓒ민중의소리 천기저귀를 갈고 난 뒤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환경과 아이건강 생각해 천기저귀로 바꿨어요"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지원을 받기 전부터 천기저귀를 사용했다는 남인숙 원장은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하는 모임인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를 통해 천기저귀 세탁업체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환경과 아이들을 생각해 천기저귀를 써야 된다고 느꼈고 부모님들을 설득해 어린이집에서 만이라도 종이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남 원장은 "아이들 20여명의 종이기저귀 쓰레기가 종량제 봉투 20L짜리로 하루 4~5개는 나왔다. 쓰레기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 건강에도 아토피나 발진 등을 나아지게 하는데 천기저귀가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천기저귀를 바꾸기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남 원장의 생각과 달리 부모들은 천기저귀에 처음부터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위생을 걱정하는 부모도 있었고 '불편하다'며 꺼려하는 부모도 있었다. 남 원장은 "요즘 신세대 부모들은 천기저귀가 생소해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차츰 지날수록 부모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그 사이에 종이기저귀 때문에 엉덩이 피부가 짓물렀던 아기가 천기저귀를 쓰면서 나아져 천기저귀를 집에 챙겨간 부모도 생겼다고 한다. 

남 원장은 "엉덩이에 발진이 있어 종이기저귀 안에 손수건을 깔고 채웠던 아기가 있었다"며 "그 아이가 천기저귀를 사용하면서 발진이 사라져 어머니가 굉장히 만족했다"고 말했다. 

일회용 종이기저귀와 천기저귀의 비용은 어땠을까. 남 원장은 "수입기저귀를 쓰는 분들은 천기저귀를 쓰면서 비용이 엄청 절감됐다고 했는데, 나머지 분들은 비슷하다고 했었다"며 귀띔했다. 

천기저귀를 이용할 때 드는 평균 비용 5만4천원은 일회용 종이 기저귀를 쓸 때와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다. 이 때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는 부모가 천기저귀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의 반인 한달 2만7천원을 지원했다. 부담이 반으로 줄었다. 환경을 지키고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서울시, 어린이집, 아이 부모의 마음이 일치한 것이다. 

남 원장은 "서울시가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에 협조 하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환경과 위생, 안전을 생각해 계속해서 함께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민중의소리 서울시가 반값을 지원하는 천기저귀를 쓰게 된 아이의 모습이다.

"천기저귀 쓰다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지원요? 정말 반갑죠"

지난해 신사어린이집에서 천기저귀 사용을 처음 시작할 때 승민군 어머니 김태경(40)씨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아무리 세탁을 해도 다른 아이가 찼던 건데 우리 아이가 차는 것이 찝찝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고민 끝에 천기저귀를 써보기로 했다. 종이기저귀가 편하긴 하지만 화학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우려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천연소재를 쓴다는 점에서 선택한 천기저귀는 김씨와 아이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

김씨는 "종이기저귀를 쓰면서 아기 엉덩이에 발진이 생겼었는데 천기저귀를 쓰면서 없어졌다"며 "천기저귀를 쓰면서 좋아졌다고 장담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에서만 쓰던 천기저귀를 집에도 가져가 쓰게됐다"고 전했다.

지금은 아이가 자라 천기저귀를 끊었지만 김씨의 천기저귀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주변에도 천기저귀를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씨는 서울시의 천기저귀 지원 사업 혜택은 받지 못했다. 김씨는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난 뒤 "지원요? 정말 반가운 일이네요"라며 "저는 해당이 안 되더라도 다른 분들이 많은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민중의소리 서울시가 반값을 지원하는 천기저귀를 쓰게 된 아이들의 모습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천기저귀 사업 새로 시작돼"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천주환 주무관은 "서울시는 어린이집 영아가 일회용 종이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사용해 환경을 살리고자 적극 권장하고있다"며 "어린이집 아이들의 피부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기저귀 지원 사업은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논의된 사업으로 전에는 없던 일"이라며 "서울시는 어린이집에 보육료와 배상보험 등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천기저귀 지원 사업도 실적과 부모 만족도 조사 등을 거쳐 4개구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린이집 천기저귀 사업에 관심이 있는 부모는 해당 어린이집에 신청하거나, 서울시청 보육담당관(3707-9854)에게 문의해 신청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종이기저귀와 천기저귀를 정리해 놨다

ⓒ민중의소리 천기저귀 씌우개의 모습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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