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사설] 일 이지스함 서해 배치, 안 될 말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30일자 사설 '[사설] 일 이지스함 서해 배치, 안 될 말이다'를 퍼왔습니다.

일본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서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의 어제 보도를 보면, 일 방위성은 지난 4월13일 북한의 로켓 발사 탐지 실패 뒤 설치한 검증팀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추가 로켓 발사를 예고하면 ‘발사 지점의 주변 해역’에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함 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서해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주변 해역은 서해”를 말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보고서는 이미 방위상의 승인을 받았고, 총리실과 최종 조율을 거쳐 조만간 발표된다고 한다.일본은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당시 동해와 동중국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했으나 탐지에 실패했다는 것을 이지스함 서해 배치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국제법상으로 공해를 통해 들어오면 말릴 방법이 없다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다. 자국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겠지만, 남북한과 중국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자국의 안전에도 유리할 것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던 2010년 11월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파견해 한-미 군사훈련을 하자, “중국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주는 활동”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올해 4월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강화된 서해 군사활동을 견제할 목적으로 산둥성 칭다오 주변 해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런 판국에 일본이 자위대를 서해상에 배치하겠다는 것은 서해의 긴장을 더욱 조장하자는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더구나 과거 침략의 역사를 깔끔하게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활동에 대해서는 주변국들의 경계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과 긴밀한 정보교류를 하고 있고, 하늘과 바다에서 충분한 정보 탐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 굳이 군사·역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들어오겠다는 걸 순수하게 봐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는 우선 일본 정부의 진의를 신속하게 파악한 뒤,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가 갖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자고 섣불리 나선 것이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북한도 쓸데없는 도발로 일본에 군사활동 확대의 명분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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