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사설] 대한민국 군인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도 없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27일자 사설 '[사설] 대한민국 군인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도 없나'를 퍼왔습니다.
트위터상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현역 육군 대위가 상관 모욕죄 혐의로 군 검찰에 기소됐다. 군 검찰은 이아무개 대위가 트위터에 ‘가카 이 새끼 기어코 인천공항을 팔아먹을라고 발악을 하는구나’라는 글을 올리는 등 15회에 걸쳐 상관인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밝혔다. 이 대위의 글들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 이외에도 비비케이(BBK) 의혹, 케이티엑스 분할 매각, 내곡동 사저 터 등 이명박 대통령 관련 민감한 사안들을 다뤘다고 한다. 이 사건은 공무원, 특히 군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사례라는 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대위에게 상관 모욕죄라는 죄목을 씌운 군 검찰의 판단은 엄밀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 만큼 이 대위의 상관이 된다는 단순 도식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 이외에도 국가원수, 국정운영 책임자 등 다양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 대위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라기보다 선출된 권력으로서의 국정 최고 책임자라고 보는 게 맞다.
이 대위가 비비케이 의혹이나 내곡동 사저 터 등을 놓고 이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군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주권자로서 나선 것이다. 군인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현실에 대해 비분강개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 결국 이 대위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온라인상인 만큼 다소 표현이 거칠거나 생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법을 들이대 처벌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상관에 해당한다는 규정이 정작 군 형법에는 없고, 군 복무규율(대통령령)에 담긴 것도 문제다. 촛불시위 이듬해인 2009년 9월 개정된 군 복무규율을 근거로 대통령이 이 대위의 상관이 되었다는 것인데, 조금 어설퍼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총선 무렵에는 나꼼수 앱 등을 ‘종북 앱’으로 규정해 삭제토록 했다. 장병들의 정치적 권리를 확대해도 시원찮을 판에 더욱 옥죄려 드는 것만 같아 한심할 따름이다.
최근 미국이 발간한 올해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정부가 이메일과 채팅룸을 감시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표현의 자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을 비판한 페이스북 글이 문제가 돼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판사 사건, 비비케이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 등의 사례에서 보듯 현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가 갈수록 퇴행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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