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9일 화요일

"조희팔 살아있다"…중국엔 속칭 '흑인' 존재


이글은 노컷뉴스 2012-05-29일자 기사 '"조희팔 살아있다"…중국엔 속칭 '흑인' 존재'를 퍼왔습니다.
보험사기 전문가 "조희팔 사망경위 전형적 조작 수법…100% 사기"


“멀쩡하던 사람이 구급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하면 거의가 다 자작극입니다.”
20년 경력의 보험조사 전문가 A씨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근거는 무엇일까. 지난 2010년 2월 보험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이 터진다. 

중국 현지에서 사망했다며 유족들이 수 억 원의 보험금을 타갔던 박모(49)씨가 6년 만에 살아서 나타난 것.

조사결과 사망증명서는 물론, 구급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구조대 기록, 사망 뒤 화장을 했다는 화장증도 모두 가짜였다. 

이 사건은 박 씨가 현지 조선족 브로커에게 1,200만원을 주고 벌인 자작극으로 판명났다.

당시 중국 현지에서 조사를 벌인 보험조사관 A씨는 이 건 말고도 중국 칭다오와 위하이 지역에서 두 건의 허위 사망사고를 더 적발했다.

A씨가 밝혀낸 사망 조작극 3건은 수법이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① 여자친구(또는 주점여성)와 함께 술을 마시다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한다. ②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③ 병원 의사에게 사망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현지에서 화장(火葬)한다.


◈ 미심쩍은 '구급차 운송중 사망'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무조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는 겁니다. 병원에 도착한 뒤에 사망했다고 하면 치료나 수술기록이 남아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원무과 직원이나 의사와 간호사 등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기 마련이니까요.”

기록조작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원만 관계해야하고, 때문에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무조건 사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말을 이어갔다. “중국에는 이른바 흑인(黑人)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 가정에서 한 자녀만 인정하는 제도를 유지한 적이 있다. 때문에 둘째부터는 호적에 등재할 수 없어 국가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이들을 이른바 ‘흑인’이라고 부른다. 

중국에는 호적에는 없는 엄청난 수의 흑인들이 있기 때문에, 시신의 이름을 바꾸기가 용이하다. 의사를 매수해 사망증명서의 이름을 바꾸는 정도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화장증도“현지 조사 당시 다른 사람을 화장한 뒤 이름만 바꿔치기 하는 경우가 있었고, 아예 화장장의 환경미화원을 통하면 화장증 빈 용지를 얻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조희팔의 사망근거로 제시한 구급기록과 사망증명서, 화장증이 모두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각종 기록과 함께 "인터폴 공조를 통해 사망증명서를 발급한 의사까지 직접 확인했다"며 사망 추정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씨는 “중국 공안을 매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기 때문에 중국 정치권이나 특별조사국 같은데서 지시하지 않는 이상 (공안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중국에서 조사하려면, 차라리 민간인 신분에서 행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장례식 동영상, "조작 의혹 더 높여" 

게다가 조희팔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장례식 영상이 나온 것은 자작극 가능성을 더욱 높여 준다고 A씨는 주장했다. 

“고인의 얼굴을 영상으로 촬영한다는 것이 엄청난 결례 아닙니까. 게다가 많은 범죄수익을 숨겨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재산분쟁을 우려해 측근들이나 유족들이 가급적 조희팔 사망을 숨기려했을 겁니다.” 

A씨는 또“유족이 조희팔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만큼 그를 그리워했다면, 심리적으로 볼 때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론하면서, "결국 조희팔의 죽은 모습이 공개되길 원하는 사람은 조희팔 본인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A씨는 유족과 목격자인 내연녀 등을 불러 그들의 진술에서 모순점을 찾아내 집중 추궁하면 자작극 여부는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데 경찰이 제대로 조사를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희팔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해온 피해자들도 조희팔의 사망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경찰이 서둘러 조희팔 사망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지, 오히려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 사건

조희팔은 지난 2004년 10월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대여업체를 차려놓고 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유사수신행위를 시작했다. 

이후 후속 투자자를 모집하는 다단계 수법으로 사기행각이 전국으로 확산됐고, 피해자만 무려 3만여 명, 피해액수도 경찰추산 3조 5천억 원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가 발생하게 된다. 

투자자들의 피해신고가 잇따르자 조희팔은 2008년 12월 10일 충남 태안 해안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뒤, 조영복이라는 가명으로 호구부(중국 주민증)을 발급받아 중국 조선족 행세를 하며 도피행각을 벌여왔다. 

조희팔 사건은 검찰이 다단계피해 수사를, 경찰이 범죄수익환수 작업을 맡아 2단계로 진행돼 왔으며 최근 검찰이 조희팔 사건의 핵심 가담자 2명을 본국으로 강제소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희팔을 추적해오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19일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면서, 몸통이 사라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CBS 장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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