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장진수 입막음’ 증거들, 청와대 출처 정황 확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31일자 기사 '‘장진수 입막음’ 증거들, 청와대 출처 정황 확인'을 퍼왔습니다.

지난 7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에 올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간사찰 드러나는 ‘몸통’

‘관봉 5천만원·취업 알선
’장석명 비서관 주도 의심
‘작년 건넨 700만원 위로금
’이상휘 전 비서관이 건네
모두 이대통령 핵심 측근

검찰의 민간인 사찰 재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그리고 진실 은폐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몸통’을 자처하며 일찌감치 ‘꼬리 자르기’에 나섰지만, 사찰활동 보고의 정점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입막음에 나선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쪽은 사찰과 은폐 의혹 등에 대해 한번도 속시원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설명을 종합하면, ‘과잉충성파’인 이 전 비서관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운용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금전을 동원한 장진수 전 주무관 등에 대한 회유·입막음은 이 전 비서관 등 개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여러 ‘입막음’ 시도의 진원지는 청와대다. 류충렬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은 지난해 4월13일 장 전 주무관을 만나 5000만원을 건넸다. 장 전 주무관이 항소심에서 전혀 감형이 되지 않고 1심과 같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장 전 주무관은 그날 류 관리관이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며 포장도 뜯지 않은 관봉 형태의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기억한다.
지난 2월에 장 전 주무관은 ‘장석명 비서관의 지시로 당신의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는 청와대 인사 담당 행정관의 직장 알선 전화도 받았다. 실제로 민간기업과 공기업에서 장 전 주무관에게 이력서를 내라는 제의가 오기도 했다. 장 전 주무관을 ‘어르고 달래는’ 과정에 장 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한 셈이다.


그러나 류 전 관리관과 장 비서관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류 전 관리관은 5000만원의 출처로 장 비서관이 아닌 ‘숨진 장인’을 지목했다. 장 비서관은 “류 관리관이 장 전 주무관의 취업을 부탁해 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한테 산하기관에 자리 있으면 주선해 보라고 했다”며 취업을 알선했다는 사실만 시인했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의 녹음으로 존재하는 “5(억)에서 10억 사이는 충분히 될 것 같고… 어쨌든 (돈은)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냐”, “믿을 사람은 장 비서관… 같은 종씨밖에 없다”는 류 전 관리관의 육성은 장 전 주무관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장 전 주무관에 대한 ‘금품공세’에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참여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 전 비서관이 현직에 있던 지난해 9월 장 전 주무관에게 700만원이 건너갔고, 이 시점은 최초에 장 전 주무관에게 하드디스크 파괴를 지시하고 입막음과 회유를 지속적으로 담당해왔던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미국으로 도피성 파견근무를 떠난 뒤였다. 이 전 비서관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보고 싶었다”며 장 전 주무관에게 접근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개인적으로 마련한 위로금을 줬다. 입막음용으로 준 건 아니다”라고 진술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6급 주무관을 청와대 1급 비서관이 직접 만나 위로금을 건넸다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5000만원 관봉의 출처로 의심받고 있는 장 비서관이나 700만원을 건넨 이 전 비서관이나 모두 장 전 주무관의 ‘억울한 상황’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이들은 이 정권 출범 때부터 청와대에서 일해온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공통점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이들의 움직임은 이 대통령을 위한 ‘업무’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네진 5000만원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 돈이 장 비서관에게서 나왔고 더 나아가 청와대 특수활동비 등이 전용된 것이라면, 지원관실의 사찰 업무는 물론 사후 입막음까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문건을 통해 지원관실이 대통령 1인에게 충성하는 비선 조직이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았느냐”며 “지원관실 사찰 활동의 수혜자가 증거인멸이나 입막음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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