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우면산 산사태 보고서 부실” 서울시 자문단 의견서 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5-31일자 기사 '“우면산 산사태 보고서 부실”서울시 자문단 의견서 냈다'를 퍼왔습니다.

“폭우 심각한 수준 아니었고
10년 이상 지층 변동 없었다
”서울시, 전면 재조사할 방침

지난해 7월 18명의 사망자를 낸 우면산 산사태를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이라고 결론 내린 서울시의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보고서’(2011년 11월25일·이하 조사보고서)에 대해 서울시 ‘조사보고서 용역 검토 자문위원단’이 “부실한 조사보고서”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 및 복구대책 수립 검토의견서’(2011년 12월15일·이하 검토의견서)를 보면, 사방·지반·수리 세 분야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대부분이 폭우 등 자연재해를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조사보고서의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해 7월 말 서울시가 계획을 세우고 9월부터 한국지반공학회가 조사를 진행해 작성한 보고서는 기록적 강우와 우면산 토양·지층의 문제 등 자연적 요인만을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우면산 산사태는 천재지변”이라고 발표했고, 사망자 및 피해자들에게도 따로 보상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는 피해 주민 및 사망자 유가족들이 제기한 총 8건, 52억원 규모의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보고서를 서울시 쪽 변론 근거로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보면 “기상관측 이후 최대 강수량이 단기간에 집중된 기록적 폭우로 인하여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으로,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견·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대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서울시가 이 조사보고서에 대한 재검토를 자문위원단에 맡긴 결과, 각계 전문가들은 ‘천재지변’ 주장의 핵심 근거인 폭우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김아무개 교수는 검토의견서에서 “사건 당시 1시간 최대 강우는 약 50년 빈도이고 24시간 누적 최대 강우량은 60년 빈도로서 강우 강도가 매우 크다고는 볼 수 없다”며 조사보고서의 허점을 지적했다. 백아무개 교수도 “우면산의 두꺼운 붕적층(무너지기 쉬운 퇴적층), 높은 지하수위, 붕적층과 기반암 사이의 점토층 등은 지난 10여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다”며 “(이런 지층 구조가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또다른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고서에는 ‘편마암이라서 위험하다’는 식의 일반론만 있지 왜 그런 큰 피해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큰 피해가 난 원인을 밝히는 데이터가 없는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서초터널 발파작업 및 우면산의 각종 인공시설물이 산사태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서도 (한국지반공학회가) 조사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인위적 조건이 산사태를 자초했을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산사태로 어머니를 잃은 함민정(40·여)씨는 “집이 들썩일 정도의 서초터널 발파작업이 산사태에 아무 영향을 안 미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사망자 유족은 수재의연금과 서울시 재난구호금에서 1000만~2000만원을, 침수 피해자는 재정지원금 1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날 “산사태 원인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적극 수용해 추가 보완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혀, 우면산 산사태 원인 등에 대해 사실상 전면 재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명모 서울대 교수(토목공학)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꾸려지며, 대한토목학회가 용역을 맡아 전문가·시민 토론회, 공청회, 외국 전문가 자문 등도 진행한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우면산 산사태 현장 복구공사는 6월10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환봉 박기용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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