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교수도, 학생도 ‘나가라’는데 꿈쩍 않는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31일자 기사 '교수도, 학생도 ‘나가라’는데 꿈쩍 않는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을 퍼왔습니다.
“서남표 총장님, ‘불통’과 ‘독선’에 분노한 학생들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양지웅 기자 카이스트 재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경쟁교육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월12일 오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한 서남표 총장이 귀를 만지고 있다.

작년 4월, 비극적인 학생들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카이스트(KAIST)에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졌고,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들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비상총회를 개최했다. 당시 두 번째 안건이었던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의 제도개혁 실패 인정 요구’는 전체 852명 중 416명 찬성, 317명 반대, 119명이 기권해 과반수 부족으로 부결되었다. 언론들은 학생들이 서남표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며 비상총회가 끝나고 학생과 포옹하는 서 총장의 모습을 1면에 내 보내기도 했다. 당시의 격렬한 논쟁과 실망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학생들이 서 총장을 한 번 더 믿었던 셈이다.

이후로 학내 상황은 급격하게 변해 갔다. 비상총회와 혁신비상위원회를 거친 학생들은 급기야 정책에 대한 찬반 논의를 그만 뒀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던 비상총회 의결 안건에 대해서는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얘기하라며 대답을 미뤘고, 혁신비상위원회 의결 안건 이행은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또 한 번 미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서 총장과 학교 당국이 구성원들의 외침에도 꿈쩍 않은 것은 지금까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고 소통하지 않아도 제도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교수’에 이어 참다 못한 ‘학생’들도 ‘서남표 총장’ 퇴진에 나서

지루한 갈등은 계속되었다. 급기야 지난 1월에 교수협의회는 71.5%의 교수가 참여하여 75.5%가 찬성한 전자투표 결과를 토대로 이사회에 총장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는 투표율과 찬성률을 곱해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얘기하며 이 의견을 무시했다. 심지어 특허 의혹을 제기한 교수를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자 16개의 학과와 1개 단과대학의 교수 대다수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드디어 참다못한 학생들마저 나섰다. 지난 6년간의 한결같은 불통과 독선에 분노한 학생들은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책상을 들고 나왔다. 300여명의 학생들이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부 시위에 참여했다. 이은 총장 거취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74.37%의 학생들이 총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으며, 87.7%의 학생들이 서 총장이 보여준 리더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학교는 총장 퇴진 요구 공부 시위는 ‘20명의 학생들이 급조한 단체에서 낸 목소리’라며 무시했고 휴일임에도 자보와 펼침막을 철거하기도 했으며, 설문조사 결과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무시했다. 

서 총장은 그간 카이스트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 동안 구성원들이 내 왔던 목소리를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지금 이 순간 여실히 드러난다. 참다 참다 못해 내는 퇴진 요구마저 ‘한국과학기술원’답게 수치로서 무시한다. 설문조사는 참여율과 찬성률을 곱하고 시위는 참여한 사람의 수가 아니라 개최한 사람들의 숫자만 센다. 대한민국 과학 기술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카이스트에서 이런 기본적인 통계와 수학을 무시하는 근거를 들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경악스럽다. 

이제 다들 지쳤다. 소통하자고 줄기차게 얘기하던 사람들이 ‘나가라’고 하는 이유는 소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소통하기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사회에 서 총장 해임을 요구하러 온 1학년 대표에게 1학년 주제에 ‘니가 뭘 안다고!’ 이런 데 참석했냐며 호통치는 서 총장을 보며 우리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신한다. 상처 입은 학교를 다시 복구해 나가기란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내야 한다. 지금 카이스트 구성원들은 학교를 다시 살리기 위한 시작점으로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한다. 교육자로서, 리더로서 진정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한다면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제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결단을 내려주길 서 총장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민중의소리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은 지난해 4월11일 서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에게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카이스트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임 '공부시위'를 준비하는 카이스트 학생들

김도한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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