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달콤한 배스킨라빈스, 노동자들의 쓰디쓴 눈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30일자 기사 '달콤한 배스킨라빈스, 노동자들의 쓰디쓴 눈물'을 퍼왔습니다.
사측, 파업 전에는 '직접고용' 하겠다더니 파업 접자 말바꿔

ⓒ양지웅 기자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비알코리아 앞에서 베스킨라빈스의 하청인 서희산업노조 조합원이 1인 시위를 하며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군대 전역 후 바로 비알코리아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정규직으로 들어왔지만 2001년 갑자기 우리공장이 하청업체로 변경됐다. 당시 회사는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며 회유를 했지만 결국 성과급이 없어지고 임금이 삭감됐다. 이제는 파업을 막기위해 직접고용하겠다고 하더니 임단협 끝나고 말을 바꿨다. 내 청춘을 받친 회사가 이런 회사라는 것에 허탈감을 느낀다”-93년 입사한 구본우(41) 조합원

“지금은 다른 곳에도 공장이 생겼지만 내가 입사했을 때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공장은 우리 공장이 유일했다. 일손이 부족한 8월에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새벽 1시에 퇴근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순진하고 착한 시골 사람들은 11년동안 하청업체 노동자로 군말 없이 일했다. 계속 빼앗기기만 하다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왔다”-2000년 입사한 조미애(45,여) 조합원 

하청업체로 이직시킨 후 임금 삭감한 비알코리아

29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강남역 도로 한복판에서 80여명의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약속을 이행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로 유명한 비알코리아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서희산업의 노동자들이었다. 여름철을 맞아 한창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야 할 노동자들이 공장이 있는 충북 음성을 떠나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왜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것일까?

서희산업 조합원 83명 중 25명은 애초 비알코리아 정규 직원으로 입사했다. 그러난 비알코리아는 지난 2001년 외주화(아웃소싱)를 추진했고, 이들 25명은 하룻밤 사이 서희산업이라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됐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아웃소싱을 추진할 때 “직원 300명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차라리 그 돈을 여러분에게 돌려주겠다”고 노동자들을 회유하는 한편 “하청업체로 옮기지 않으면 해고시킬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찜찜하기는 했지만 직장을 잃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희산업으로의 이직에 합의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노조에 따르면 ‘정규직 대우’를 약속했던 회사는 호봉제와 근속수당을 없애고 상여금마저 깎았다. 이로 인해 10년 넘게 일한 서희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비알코리아 직원의 초봉 수준이 됐다. 조미애 조합원은 “우리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들었다”며 “결국 2010년 노조를 결성했고, 그 뒤 우리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임금은 계속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직접고용으로 노조 달랜 후 “직접고용은 5년 후 사회적 정서를 봐서”

서희산업 노조는 지난 4월 8일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측과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고 몇 번의 진통 끝에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거쳐 노조는 서희산업 및 비알코리아와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서에는 ‘서희산업 직원을 비알코리아로 소속 전환을 추진한다. 단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10일 이내에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엇다.

임단협과는 별개로 작성한 합의서이지만 파업을 준비했던 노조가 임단협에 사인하고 파업을 접은 이유는 "직접고용을 하겠다"는 합의서의 내용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서 작성 후 회사의 태도는 돌변했다. 직접고용에 대해 회사가 내놓은 제안은 “5년 후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해지면 논의해 보자”는 것이었다.

회사가 입장을 바꾸자 서희산업 노조는 "합의 내용을 어겼다"며 지난 9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회사는 곧바로 이주노동자 등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미애 조합원은 “10여년간 몸담았던 회사라 순진하게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며 “사측 주장대로 한다면 50년 후에 직접고용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양지웅 기자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비알코리아 앞에서 열린 '베스킨라빈스 하청 서희산업노조 조합원 상경투쟁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비알코리아와 서희산업은 "이미 임단협을 합의한 상황에서 파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노조에 따르면 서희산업은 파업을 진행 중인 조합원들을 상대로 35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전해왔다. 이에 대해 서희산업 관계자는 “아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까지 회사의 손실이 어느 정도이고 ‘청구할 수도 있다’고 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알코리아 관계자 역시'5년후 직접고용 논의'라는 입장에 대해 "5년이라는 기간은 협상 중에 나왔던 이야기 중 한 부분일 뿐”이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직접고용을 우리가 하겠다고 합의한 것이고, 다만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희산업 노조가 속해 있는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5년 후 직접고용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직접고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합의서에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측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 심재호 정책기획국장은 “사측이 협상 경험이 적은 노조를 상대로 ‘기간과 방법은 추후 논의한다’는 문구를 넣어 파업만 면하고 보겠다는 꼼수를 부렸던 것”이라며 “비알코리아와 같은 대기업이면 사회적 책임도 있는데 노동자들과 약속까지 어기며 신뢰를 배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희산업 노조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에 위치한 배스킨라빈스 직영점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지웅 기자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비알코리아 앞에서 열린 '베스킨라빈스 하청 서희산업노조 조합원 상경투쟁 집회'에서 노조 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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