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이한구의 커밍아웃과 새누리 본색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5-27일자 기사 '이한구의 커밍아웃과 새누리 본색'을 퍼왔습니다.
그들이 언론청문회 기피하는 진짜 이유

▲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12.5.23/뉴스1

“내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언론사 파업 국정조사 요구는 받기 힘들다.” 여기서 ‘내’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지난 4․11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과반 의석을 준 새누리당의 19대 의원 다수의 지지를 얻어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한 이한구 의원이 언론사 파업 국정조사 문제로 확실히 ‘커밍아웃’했다. 커밍아웃은 원래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일컫는 것인데 요즘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도 커밍아웃이라고들 한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기자단과 가진 점심 자리에서 밝힌 이 발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일개 의원이 아닌 19대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상과 여당의 원내 전략을 총지휘하는 사령탑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그의 생각에 새누리당 의원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승민 의원 같은 이는 문화방송 사태를 정치파업으로 매도하는 이한구 원내대표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일개 의원이고 이 의원은 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사람의 생각과 발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출범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개원과 함께 야당의 언론청문회 요구가 거세질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19대 국회가 개원 초반부터 순항은커녕 격렬한 격돌 조짐까지 엿보이게 하는 발언이다. 그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한 이명박 정권 청문회 특히 언론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 간 극한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언론청문회 불가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히면서 “공정방송을 말하면서 정치권이 개입해서 문제를 풀라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 방송사 파업에 정치권이 개입한다면 다른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의 파업도 정치권이 개입해야 하는 건가”라는 논리를 폈다.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정말 옹색하고 궁색한 논리다.
이 대목에서 그가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을 일반 사기업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미 문화방송의 파업은 공정방송이나 언론의 정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에 반대하고 야당을 지지하기 위한) 정치적 파업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뭐 눈에는 뭐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정치인인 그에게는 모든 것이 정치적인 행위로만 비친 것이다.
그는 또 MBC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상임위나 국정감사 중에도 (방문진의 태도를)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사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태의 본질과 성격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수상한 관계인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 J씨에 대해서는 거액의 특혜성 출연료 말고도 수억 원대의 아파트 3채 공동구입 등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사안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그는 별 것 아닌 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는 요즘 어떤 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는가. 제수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지탄의 대상이 되어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를 어떻게 하면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즉각 제명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몰두라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2.5.23/뉴스1

그는 또 “국정조사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특정한 이슈에 대해서 하는 것이며 현재 방송사 파업 문제가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다는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고 말하며 문화방송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의혹을 지닌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 불가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문화방송 노조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자신들을 모는 폭로에 대해 왜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 J씨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혹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한구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딴나라의 딴나라당 원내대표란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김재철 사장이 저지른 일에 대해 줄기차게 의혹을 표출하고 있는 수많은 네티즌과 트위터리안 등은 죄다 외국인들인가.
만약 그가 언론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면 또 국민적 의혹이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할 사안이 전혀 아니라고 말하려면 일련의 문화방송 사태에 대해 이미 모든 의혹이 해소됐거나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의혹 사안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이 원내대표가 문화방송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는 그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면 매사를 정치적으로만 보는 비뚤어진 자신의 본색, 다시 말해 새누리당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본색은 새누리당 본색과는 전혀 다른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19대 의원 다수가 그를 지지했으므로 그의 본색이 새누리당 본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본색이 서로 완전히 다르면 어떻게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가 언론 청문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제자리를 잡을 경우 박근혜 대권 가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속마음, 즉 본색 때문일 것이다.
언론사 파업 국정조사에 대해 극도의 기피증을 보이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본색은 결국 박근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반대해 언론청문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그의 배후에는 아무리 본인이 부인하더라도 박근혜가 있다고 국민들은 여길 것이다. 박근혜 지지자든, 반대자든 이한구 원내대표 밑에 박근혜 의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 밑에 이한구 원내대표가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안종주 기자  |  jjahnpark@hanmail.net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