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9일 화요일

“MB 모욕죄? 기소 자체가 코미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8일자 기사 '“MB 모욕죄? 기소 자체가 코미디다”'를 퍼왔습니다.
‘트윗 기소’ 군인 변호 맡은 이재정 변호사 “정부 실책 비판-트윗 욕설은 처벌 대상 아니다”

2008년 6월 1일 새벽, 촛불집회에 인권 침해 감시단으로 참가한 한 여성 변호사가 강제 연행을 당했다. 이 변호사는 함께 연행된 다른 변호사와 함께 “경찰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입건을 남발해 무고한 시민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형사입건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최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4·11 총선기간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고발돼 서울 경찰청에 출두했다. 이 진행자들이 출두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이들을 둘러쌌다. 이 자리에 한 여성 변호사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민감한 이슈를 피하지 않아 왔던 이재정 변호사가 이번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관련 변호를 맡게 됐다. 의뢰인은 최근 트위터에 BBK, KTX 민영화를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군검찰에 기소를 당한 군인(대위)이다. 혐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상관 모욕죄'로, 트위터 글로 인해 군인이 기소를 당한 첫 사례다. (관련 기사 )
주요 쟁점은 △이 대위의 재판에서 군형법에 적시된 ‘상관’의 범주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 △‘군인’이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리는 것이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지 등이다. 군검찰은 군형법 제64조 2항(“문서 등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군인복무규율 제2조 4항(‘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된다)을 근거로 기소했다.
이를 두고 이재정 변호사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위는 개인 자격으로 자신의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정부의 실책을 비판한 것”라며 “(기소로 인해)이번 사건을 진지하게 법률적 문제로 다루게 된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촌평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비판을 받는 대상자”라며 “이런 비판을 제기하는 당사자가 군인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 이재정 변호사. ⓒ참세상

이 변호사는 “일반인들이 트윗에 ‘이명박 개XX’라고 해서 처벌 받지 않는 이유는 이런 욕설이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로 용납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군인이 욕설을 한 것은 고소되거나 처벌을 받을 사안이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을 “군 기강 붕괴”라고 촌평한 것에 대해 “보수 언론의 논조는 군인이 로봇이라는 말과 다름 없다”며 “군인의 기본권을 반납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시민들을 스스로 억압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어 정말 걱정이 된다”며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전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군인이 트위터 글로 기소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뭐라고 판단하고 있나.
“이번 사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피식 웃는 반응이 많다. 왜냐면 이번 사건은 법리적 쟁점이 첨예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2009년에 대통령을 비방하면 상관모욕죄 혐의로 처벌받도록 군인 복무 규율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군이 ‘걸리기만 해봐라’ 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이 대위는 어떻게 기소를 당하게 된 것인가.
“이 대위가 트위터에서 여대생과 강정마을과 관련해 대화하다 군인이라고 밝혔다. 여대생이 이를 캡처해 기무사에 알렸는데, 이번에 문제된 내용은 기무사에서 고발하지 않았다. 여대생이 제보한 것과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기무사는 강정마을 관련 이 대위의 발언을 문제 삼지도 않았고 수사도 안 했다. 그리고 나서 기무사는 트위터 상의 다른 발언을 다 뒤졌고 이번에 몇몇 발언을 문제 삼아 기소를 한 것이다.”
- 법리적 쟁점이 간단하다는 의미는?
“이명박 대통령이 모욕죄로 고소한다고 해서 다 기소되나. 그렇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비판을 받는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을 제기하는 당사자가 군인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 군검찰은 ‘대통령은 상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형법은 상관의 구성 요소를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기계적으로, 도식적으로 ‘상관은 대통령’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 ‘상관모욕죄’를 만든 입법자들이 행정부 수반, 최고의 정치권력으로서 대통령이 감수해야 하는 모욕, 명예훼손에 대해 처벌하려고 이 법을 만든 게 아니다.”

▲ 이재정 변호사. ⓒ참세상

- 정치적 표현의 자유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논란이다.
“공무원, 판사, 군인이 맡은 바 직무가 특수해 때에 따라 제한 받게 되는 기본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법적으로 명확하게 제한하게 되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제한의 필요성이 중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만약, 이 대위가 군인임을 명백히 밝히고 군사 정책을 비판하고 명령, 지휘 사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다면, 이 경우는 생각해 볼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본인이 군인이라고 밝히지 않고 일반 국민 입장에서 언론에 회자되는 사안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며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행태는 원칙과 예외가 거꾸로 돼 기소까지 해버린 것이다.”
- 해당 대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이분도 변호인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사실 이분은 국가관이 투철한 분이다.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다. 서울대, 육사를 동시에 합격했는데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육사를 선택했다. 본인은 제갈공명 같은 현명한 전략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육사를 우등생으로 졸업해 일본에 유학도 갔다 왔다. 합리적이고 건전한 사고를 하는 제대로 된 보수다. 정말 군대에 꼭 필요한 인재다.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까운 케이스다.”
- 그런데 해당 대위가 올린 글을 보면, 인천공항 매각, BBK, 내곡동, KTX 민영화, 남북관계 등 현 정부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이 많은 것은 왜 그런가.
“보수라는 게 기존의 것을 지킨다는 것인데, 이 분이 신뢰하는 것은 헌법이다. 헌법과 본인의 보수적 국가관과 어긋나는 것에 대해, 이 대위는 개인 자격으로 정부의 실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은 보수적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 분을 보며 느꼈다.”
- ‘비판을 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지적도 있다.
“그런 비난은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트윗에 ‘이명박 개XX’라고 해서 모욕죄로 처벌 받지 않는다. 모욕죄가 친고죄인 것도 있지만,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로 용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이 욕설을 한 것은 고소되거나 처벌을 받을 사안이 아니라 도덕의 문제인 것이다. 법이 개입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을 진지하게 법률적 문제로 다루게 된 것 자체가 코미디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조선일보는 28일자 신문을 통해 이번 사건을 두고 “군 기강 문란이 아니라 붕괴 수준”이라고 촌평했다.
“이 대위가 기소당한 발언은 그가 당시에 트위터에 군인이라고 밝히지 않고 SNS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말한 것이다. 이를 군기 문제로 가져가는 보수 언론의 논조는 군인이 로봇이라는 말과 다름 없다. 군인의 기본권을 반납하라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하는 요건이 엄격한데도, 이에 대해 세심히 고려하지 않고 ‘군기’라는 쉬운 말로 촌평을 한 것이다.”
-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군인 이외에 시민들도 트위터에서 표현의 자유가 옥죄는 결과는 낳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말 걱정된다. 이미 각종 국제 기관, 인권 단체에서 국내 표현의 자유 지수는 강등됐다. 이번 사건이 시민들을 스스로 억압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건이 무죄로 나오더라도 이미 그런 효과가 만들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변호인으로서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군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공론화할 것이다.”
- 향후에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도 제기할 예정인가.
“고민하고 있다. 헌법 재판소를 통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분, 상관 모욕죄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받아보려고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 사안 자체는 법리적 쟁점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의 억지 때문에 쟁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위헌법률심판로 괜한 논쟁 꺼리를 주는 게 아닐지 고민돼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 이재정 변호사는 현 정부 들어 유독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변호를 많이 맡아 왔다. 현 정권에서 이런 사건들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할 말이 참 많다. 현 정권에서는 유독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수사, 기소가 많았다. 공무원이나 특수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유독 이명박 정부에서 표현의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발산하고 있는 것인가. 2008년 이후 갑작스럽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인가. 시민들이 갑작스럽게 권리 의식이 강해진 게 아니다. 오히려 현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할수록 오히려 터져 나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훈길 기자 | chamnamu@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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