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나가수2. 대통령 외면한 5월광주 박완규가 위로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8일자 기사 '나가수2. 대통령 외면한 5월광주 박완규가 위로했다'를 퍼왔습니다.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나는 가수다2에 치유라는 새로운 감동 코드가 만들어졌다. 노래라는 것이 본디 치유의 본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왼팔목에 긴 광목천을 매고 나와 마치 살풀이의 춤사위를 연상시켰던 박완규의 ‘부치치 않은 편지’는 30년 세월이 덮어가고 있는 80년 5월 광주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이 노래는 시인 정호승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이고 김광석이 부른 것으로 5월민주항쟁을 추모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부치지 않은 편지’는 딱히 민중가요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유행가라고 하기에는 많이 무거운 노래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준비한 박완규의 의상과 말도 결코 심상치 않았다. 박완규는 디자이너 이상봉이 지은 독특한 수트를 입고 나왔다. 하얀 광목 같은 옷감에 한글로 뭔가를 적은 옷이었는데, 그 자체로 상복의 느낌이 배어나왔고, 왼 팔목에는 하얀 천을 묶고 나와 살풀이의 한삼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5월의 노래에 상복에 한삼까지 갖췄으니 박완규가 아무리 1%의 사심도 들어가지 않게 하고자 애썼다고는 하더라도 듣는 이의 가슴은 잊고 있었던 5월 광주를 떠올리게 되고, 요즘 더욱 간절한 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래서 박완규의 노래는 더욱 의미 있었고, 이은미가 애써 그런 의미를 가리고자 농담을 보탰지만 현명한 시청자들은 박완규의 의지(?)를 열렬히 지지했다.
언제나처럼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영희 PD는 이번 1위가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JK김동욱과 함께 두 명의 후보에 오른 박완규가 그 주인공으로 밝혀졌다. 빨리 나가수2를 탈출하고 싶다던 박완규의 뜻대로 이뤄진 것이지만, 그보다는 박완규가 부른 ‘부치지 않은 편지’를 위해서도 잘 된 일이었다.
이번 주에 이토록 뜨겁고 사무치는 시대의 노래를 부른 박완규가 다음 주에는 또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 일이겠는가. 그렇다고 박완규가 계속해서 비슷한 노래를 부르기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박완규가 이처럼 나가수2라는 예능무대에서 5월광주와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한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32년이 지난 올해 5.18 기념식에는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총리가 대독하게 했던 기념사까지 생략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른 해보다 광주는 더 외롭고 분노했을 지도 모른다. 그 상한 마음을 대통령 대신 한 가수가 목놓아 위로했다는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연이겠지만 묘하게도 이번 주 무대에는 박완규처럼 대놓고 시대의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지만 다른 가수들의 선곡도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김건모는 이제 방송가에서 잊힌 이름 정태춘의 노래 ‘시인의 마을’을 불렀고, JK김동욱도 ‘찔레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은미의 ‘한계령’까지 그 흔한 사랑이 아닌 다른 의미를 담은 노래들로 전체적으로 박완규의 추모가 너무 튀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렇게 뭔가 진지하고 숙연한 가운데 탄식처럼 노래를 부른 박완규의 모습은 마치 데뷔 전 김광석이 ‘이 산하에’를 목놓아 부르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박완규는 마지막에 소감을 통해 이 노래를 부르게 동의해준 제작진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김영희 PD는 이 노래를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후배 노조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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