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부당 대출서 간판공사 뇌물까지… 왜 우리은행이 망가졌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30일자 기사 '부당 대출서 간판공사 뇌물까지… 왜 우리은행이 망가졌나'를 퍼왔습니다.
ㆍ검찰 수사 전까지 몰라 내부감시 ‘구멍’ 노출…“잘못된 관치로 위험관리 약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 4월 우리은행 총무부 김모 차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9일 사정당국과 우리은행의 말을 종합하면, 김 차장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광고업체 6곳으로부터 우리은행 본·지점 간판설치 등의 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5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차장은 광고업체로부터 차량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주에 비위가 발각된 김 차장을 면직 처리했다.

경찰은 지난 3월 경기 포천의 휴양시설인 칸 리조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사건과 관련,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우리은행 지점장급 전·현직 은행원 3명을 1350억여원 규모의 PF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억원과 함께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검찰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구속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사건’에도 우리은행은 깊숙이 관련돼 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우리은행 PF 담당자들에게 현금만 30억원 가까이 뿌려 1조5000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사업권을 포스코건설에 넘겨주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담당자가 이 전 대표에게 사업포기 대가로 200억원을 제공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은행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가면 내역이 있다”고 말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시기에 생각지도 않았던 전직 경찰청장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정말 언제 무슨 일에 얽히게 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 임직원 연루 비리사건과 여러 구설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4대 금융지주답지 않게 위험(리스크) 관리가 ‘저축은행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직원들이 치열한 경쟁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총무부 김 차장 배임(수재)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가 있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체 검사 시스템이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체 검사 결과 확인된 비위 사안은 아니고 검찰이 인지수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직원 이외에 이 사건과 연루된 직원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내부감시망 역시 허점투성이다.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밀항 시도 직전 우리은행 지점에서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을 빼갔는데도 본점에서 이를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 영업시간 이후,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로 거액을 인출해 의심을 충분히 받을 만했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시중은행은 통상 3억원 이상 고액 인출 시 상시감시 시스템을 통해 이를 파악하고 금융당국 등에 보고해야 한다. “예금주가 예금을 인출하는 통상적인 거래로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수표와 함께 인출할 때는 보고사항에서 예외가 된다”는 게 우리은행의 해명이지만 금융감독원의 감사는 피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잇딴 비리사건과 구설에 휘말리고 있는 것을 ‘잘못된 관치의 결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정부가 회장과 은행장 등 고위층 인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에 따라 고객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많이 살피게 되면서 위험 관리가 허술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부실 대출이나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감시기능도 무뎌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의 고의적인 범죄행위를 모두 막을 방법은 다른 은행들 역시 없다”면서 “다른 은행과 비교해 운영이나 감시 시스템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김지환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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