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5일 토요일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 판단’이 경향의 자존심을 꺾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04일자 기사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 판단’이 경향의 자존심을 꺾었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경향 사장 공모 논란에 부쳐… 진보진영 훈계하던 그 정신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라

경향신문 사장 공모 과정에서 이대근 편집국장이 응모 의사를 밝힌 강병국 변호사를 만나 “조직 안정을 위해 응모하지 말라”며 만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강 변호사는 응모를 포기했고, 이후 이 국장의 선거개입에 대해 사실 규명을 경향에 요청했다. 경영자추천위원회는 이대근 국장을 공식 경고했다.

이 국장에게만 이번 논란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모 이틀째인 지난달 24일 송영승 사장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출마 않으면 고문으로 모시겠다’는 강 변호사의 발언은 송 사장에게 ‘압박’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경추위가 강 변호사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런 취지였다.

문제는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 국장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강 변호사를 찾아가 응모를 만류한 데 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 국장은 강 변호사가 송 사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경선이 시작돼 사내 임직원들의 패가 나뉘면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강 변호사의 응모를 말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보자. 이 국장은 강 변호사의 출마를 막았다. 경향의 절반을 차지하는 편집국의 수장이자 경향을 대표하는 이 국장의 만류가 당사자에게 ‘압력’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송 사장과 강 변호사가 서로 압력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국장이 자신의 행동이 압력으로 느껴질 거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을 거라 본다.

몰랐다고 해도 순수한 애사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향은 1998년 한화에서 독립해 사원주주회사로 발돋움하고 사장공모제를 실시해왔다. 경향의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선거에서 사탕발린 공약을 내건 후보들을 선택하지 않았고, 경향의 자존심을 지킬 사람을 사장으로 만들어왔다. 사장공모제가 경향의 자랑이라면, 구성원들의 자정능력은 경향의 ‘자존심’이다.

그런데 공적 라인의 핵심간부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사장공모제는 유명무실해졌고, 무력화됐다. 내부에 패가 나뉘어 있다면 경선과 토론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고, 경선으로 패가 생기더라도 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경선은 사내에 묻힌 쟁점을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사장공모제, 나아가 민주주의의 목적 아닌가. 

민주주의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구현된다. 사장공모제는 사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다. 경향 안팎에서는 강 변호사가 지난 사장 공모에서도 후보로 거론됐고, 사장으로서 자질도 갖췄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이 국장의 선거 개입으로 후보가 한 명 줄었다. 결국 이번 공모에 응한 사람은 송영승 현 사장 한 명뿐이다. 3년 뒤 돌아올 사장 공모에 사람이 몰릴까. 회의적이다.

경향은 4일자 사설에서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파문이 확산되는 주요인으로 ‘안이한 사태 인식’을 꼽았다. 특히 경향은 “(당권파인)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당선자가 조사 발표를 앞두고 국민참여당 출신인 유시민 공동대표를 만나 ‘담합’을 시도한 일은 도덕성은 물론이고 진보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당권파의 추한 모습을 고발한다”고 했다. 단어를 서너 개 바꾸면 이 문장은 경향 자신을 정면으로 찌른다.

진보진영에 더욱 강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 왔던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인 판단’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서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안이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 경향신문 슬로건. 경향신문 홈페이지.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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