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스 바이플 2012-05-10일자 기사 '박근혜의 재산은 얼마인가'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박근혜, 그리고 새누리당 (23)
▲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의 한 중식당으로 비대위 마지막 오찬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12.5.9/뉴스1
지난 3월 23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의 재산은 21억 8천만 원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지역구였던 대구 달서구의 아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차량 두 대(승용차와 SUV)와 7,800만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박근혜가 신고한 재산은 새누리당 의원 정몽준의 2조 227억 원에 비하면 1,000분의 1쯤 밖에 되지 않는다. 21억 8천만 원이라는 재산은 강남에 있는 가장 비싼 아파트 한 채 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고한 재산만을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는 한국 사회의 1%에 속하는 특권층이 아니라 중산층을 벗어나서 ‘꽤 잘 사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언론계, 그리고 경제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박근혜의 재산을 신고액만으로 평가하는 ‘산술적 계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산(또는 자산)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유명해진 주진우(주간종합신문 기자)는 2011년 12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박정희 시각 교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런 요지의 주장을 했다.
“박정희가 막걸리를 마시고 항상 헤어진 옷을 입는 등 검소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다.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이다. 남긴 재산을 얼추 따져보고 기사를 쓸 예정인데 지금 팔아도 10조 원이 넘는다.”
박정희의 유산을 맏딸인 박근혜가 모두 상속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동생인 근령과 지만의 몫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령이 이사장으로 있는 육영재단을 박근혜의 재산목록에 넣을 수는 없을 뿐 아니라 학교법인 영남대, 그리고 공익단체의 성격을 띤 정수장학회를 박근혜가 매각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주진우의 주장은 박근혜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유산’의 가치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가 소유하고 있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산을 화폐가치로 환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죽음을 당한 뒤부터 현재까지 박근혜가 유산의 형태로 물려받은, 정수장학회 같은 ‘공익단체’가 행사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을 짚어보기로 하겠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의 기업인이자 언론사 사주이던 김지태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1962년에 박정희가 강압적으로 빼앗아 개편한 ‘5·16장학회’를 1982년에 개명한 이름이다.(부일장학회 ‘강탈’에 관해서는 나중에 상세히 살펴보겠다). 정수장학회는 (주)문화방송 주식 30%(26만 주), 예금 185억 원(2007년 현재), 서울 경향신문사 터 723 평을 보유하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2007년 한 해에만 대학생 460여 명, 고등학생 300여 명에게 장학금 26억 원을 지급했다. 이런 장학금은 정수장학회 재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문화방송과 (주)부산일보사의 지원금으로 충당돼 왔다. 문화방송은 2006년도에만 정수장학회에 20억 원을 지원했다. 적자를 내고 있던 부산일보도 8억원을 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8대 이사장을 지냈고, 박정희의 동서인 조태호가 5대 이사장이었다.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 전 부산일보 사장 박준규, 박정희의 대구사범학교 동기인 전 부산문화방송 사장 조증출과 전 부산일보 사장 왕학수가 정수장학회의 이사를 맡은 바 있다.
42세 때인 1994년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근혜는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야당이던 열린우리당을 비롯해서 시민단체들이 ‘장물인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강력히 주장하자 ‘자의’로 이사장직을 사퇴했던 것이다. 그때 열린우리당 대변인 김현미는 ‘정수장학회의 소유재산은 시가로 따지면 조 단위가 될 수도 있다’면서 ‘정수장학회는 부산지역의 신망 높은 기업인이자 언론인이었던 김지태 선생의 재산을 빼앗아 만든 것인데 장물로 장학금을 줬으니 잘 운영해서 문제 없다고 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정수장학회의 인맥은 상상외로 매우 탄탄하다. 전국적인 대학생 조직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다.
정수장학회에는 ‘정수가족’으로 묶이는 두 개의 조직이 있다. ‘상청회’와 ‘청호회’가 그것이다. 청오회는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임이고, 상청회는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업을 마친 사회인들의 모임이다. 청오회 회원이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상청회 회원이 되는 방식이다.
1962년 설립된 이후 정수장학회가 배출한 장학생만 3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모두 상청회 회원들로 현재 정치계·학계·법조계 등에 넓게 퍼져 있다. (·····)
상청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사회 영역은 학계다. 상청회 회원 중 약 400 명이 현재 전국 각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 교수들 중 몇몇은 정수장학회로 연결된 후배 대학생들, 즉 청오회 회원들을 지도·감독하고 있다.”(박상규, “정수장학생 3만 명, 박근혜의 ‘자산’일까”, 오마이뉴스, 2007년 7월 16일자)
▲ ⓒ News1
박근혜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자 경쟁자인 이명박 진영과 그를 은근히 지지하던 보수언론은 박근혜가 정수장학회의 ‘실질적 소유자’라고 공격하면서 그에게 불리한 사실들을 폭로했다. 박근혜는 ‘나는 이사장직을 두 해 전에 떠났으니 정수장학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아주 궁색하게 들렸다. 그의 후임으로 이사장이 된 최필립이 대통령 박정희의 의전·공보관 출신으로 유신정권 말기에 박근혜의 비서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필립이 박근혜와 상의하지 않거나 그의 재가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정수장학회를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하는 일 아닌가’라는 반론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18대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의 ‘정치적 자산 목록 1호’는 정수장학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해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장물’이라고 단정하는 정수장학회가 이번에도 박근혜가 청와대로 가는 길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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