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사설]공직자들의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 제동 건 법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7일자 사설 '[사설]공직자들의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 제동 건 법원'을 퍼왔습니다.
김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한·미 FTA 재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의혹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익적 차원의 보도였다”며 이같이 판결했다고 한다.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를 확대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김 당선자는 ‘한겨레’가 지난해 9월 위키리크스 문건을 인용해 ‘2007년 8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쌀시장 개방 추가협상을 미국에 약속했다’고 보도하자 해당 신문사와 기자 3명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김 당선자는 ‘공인’에 해당하고, 쌀시장 개방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공적 관심사”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정치인이나 공적 인물에 대해 명확한 확인이 안됐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고위공직자들이 자신들의 공적 활동을 비판한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관련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제약하고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비판해왔다. 지난해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공무원과 공공기관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은 대중에 의한 감시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 당선자는 총선을 앞두고 여러 차례 자질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 강북을 “컴컴한 데”로 비하하는가 하면,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묻자 “신문을 자세히 읽지 않아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미 FTA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에 “구멍가게는 이미 20~30년 전에 사라졌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 당선자가 더 이상 자질 시비를 겪고 싶지 않다면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하기 바란다. 민사소송과 별도로 기자들을 고소한 형사사건도 취하해야 할 것이다. 김 당선자는 10여일 후면 19대 의원 신분이 된다.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게 민의의 대표자로 출발하며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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