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5일 토요일

‘파행 치닫는’ 진보, 19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갈등 확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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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비당권파 극한 대립…대표단 회동서도 이견차 못좁혀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전국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약 19시간 동안의 ‘마라톤 토론’이 이어졌지만 양 측의 깊은 ‘감정의 골’만 확인한 채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이정희 대표는 회의 도중 중앙위 의장 사퇴의사를 밝히며 자리를 떠났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이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차기 당권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면서도 “투표 모두에서 정당성과 신뢰성을 완전히 잃었다는 부풀리기 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지난 2일 당 진상조사위가 내놓은 조사결과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퇴장 이후 유시민 대표가 회의를 계속 진행했지만 당권파로 보이는 참관 당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추후 회의장소와 시간을 통보하겠다”며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보당이 ‘존립, 혹은 분당’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사위 발표에 여기저기서 야유…대부분은 당권파”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부터 갈등은 표면화됐다. 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대부분 서서 운영위 회의를 지켜보던 당권파들이었다”며 “‘부정선거라는 근거도 없으면서 부정이라고 몰아붙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비당권파 운영위원들은 조사위의 한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조사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당권파 운영위원들은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조사결과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에 따르면 이날 운영위에 참석한 김승교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를 책임졌던 한 사람으로서 당원들과 국민들게 진심으로 사죄를 구한다”고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진상조사 보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3일) 중앙선관위에서 긴급회의를 해서 논의한 결과 선관위원 의견이 ‘진상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조사위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이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당권파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김종민 운영위원이 21명의 동의를 얻어 현장에서 발의한 안건은 △공동대표단의 총사퇴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전원 총사퇴 △혁신 비대위 구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에 따르면 당권파 운영위원은 안건처리에 앞서 진행된 토론을 통해 “직선제로 올라온 운영위원들이 당원 총투표로 결정된 비례대표에게 사퇴하라니 이건 쿠데타”라며 반대했다. 이정희 대표도 안건처리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당권파들은 거듭 안건 통과를 요구했다. 

난상토론 끝에 잠시 정회가 선포된 후 열린 공동대표단 회동에서도 이 대표와 다른 대표들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회의가 재개된 후 이 대표는 “대표단이 논의할 시간을 주셨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시민 대표도 “대표단이 단일안을 만들지 못했던 이견 상황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는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자리 박찬 이정희 “부정행위자로 내몰린 당원에게 사과해야”

이후 이 대표는 “저는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한 전반적인 부실을 말씀드렸다. 직접 거론된 분들 뿐만 아니라 부실조사로 과도하게 부정행위자로 내몰린 분들에 대한 (조사위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희의 공통된 의견이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는 “안건 처리를 위해 제가 더 이상 사회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아마 공식적으로 의장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이 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리를 떴다. 일부에서는 박수소리가 나왔다. 나머지 대표들의 얼굴에는 침통함이 흘렀다. 유시민 대표는 조준호, 심상정 대표와 잠시 논의한 후 동의를 얻어 의사봉을 넘겨받았다. 

조 대표는 “이번에 진상조사를 책임졌던 대표로서 위원장으로서 이런 사태를 맞이해 대단히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증거자료 예시 과정에서 몇몇 당원동지들께 큰 상처가 되셨으리라 생각한다. 후속조치를 통해 명백히 보완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 대표가 떠나면서 회의주재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떠났는데 저 역시 위원 여러분이 안건을 처리하면 거의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대표는 “만약 이 (수정동의안) 제안이 통과되면 제가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는데 온당치 않다”며 “공동대표의 한사람으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 뿐만 아니라 실제적 책임도 함께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저는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비례대표 사퇴에서 장애인 혹은 청년 후보는 제외하거나 둘 다 제외하자는 등의 수정안들이 이어졌다.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찬성과 반대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다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결국 유 대표는 장소와 시간은 추후 공지하겠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결국 19시간 동안의 토론은 파행으로 연결된 셈이 됐다. 

파국을 막기위한 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사퇴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이었던 윤금순 당선자는 4일 운영위가 열리기 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조직후보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같이하며 당선자로서 함께 책임지겠다”는 말로 사퇴의사를 나타냈다. 

운영위 도중에는 8번 이영희 후보와 11번 나순자 후보 13번 윤난실 후보가 사퇴를 선언했다. 12번인 유시민 대표도 사실상 사퇴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당권파의 이석기 당선자(2번)은 사퇴하지 않았다. 

는 “운영위원회는 5일 오전 11시 현재 국회 본청 진보당 의정지원단에서 운영위원회를 재개하려 준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다른 운영위원들도 국회 본청 뒷편 면회실을 통해 본청 2층 진보당 의정지원단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본청 뒷편 면회실 출입구를 진보당원 100여 명이 봉쇄하면서 출입이 어려워졌다”고 후속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운영위의 속개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합 이후 잠재됐던 당내 계파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진보당이 이번 내홍을 어떻게 수습할 지 주목된다. 현재 진보당의 이같은 상황이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있는 야권에게 큰 악재로 작용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강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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