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7일 금요일

“이명박 개XX”가 협박? “발상 자체가 기소권 남용”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07일자 기사 ' “이명박 개XX”가 협박? “발상 자체가 기소권 남용”'을 퍼왔습니다.
천안함 신상철 칼럼 무죄 “욕설 글에 공포느껴 국정운영 못한다는 건 과장”

검찰이 돌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를 수사한다는 소식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 개XX야”라는 거친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검찰에 협박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욕설이 섞인 글을 썼다고 ‘협박죄’로 잡아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부적절한 욕설이나 경멸적 언어를 썼다해도 도덕적·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서 국가의 형벌로 의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최고 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판단해 권력비판에 대한 무분별한 검찰의 기소 남용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영식 판사는 지난달 31일 모욕 및 협박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후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신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같이 판결했다.
4일 신 대표에 대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 판사는 우선 협박 혐의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가 피해자에게 도달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법관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한 증명력이 있어야 하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에서 볼 때 단지 청와대 게시판에 게시됐거나, 일부 신문(조선일보)에 보도됐다는 정황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글을 인식했다’고 확신할 만큼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신문이 신 대표가 협박죄로 기소됐다고 보도해 피해자(이명박 대통령)이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판사는 “검사의 기소 이후 범행이 완료됐다는 얘기가 돼 공소장과도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수사과정이나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조사 및 증인신문을 통해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증거부제출’에 해당한다고 김 판사는 평가했다. 따라서 검사 주장 어느 것이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김 판사는 밝혔다.
또한 협박죄를 구성하기 위해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김 판사는 신 대표의 글이 “주관적으로든 일반인의 사고 즉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보든 이를 협박죄에 해당하는 해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대표의 글 가운데 ‘대갈통을 후려침’, ‘용서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 등의 글에 대해 김 판사는 “전체적인 맥락은 피해자에 대한 욕설과 분노의 표현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신상철 대표가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인일 뿐 직접 누군가에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으며, 현직 대통령을 극력 반대하는 유명 인터넷 언론인일 뿐 아니라 당시 천안함과 관련한 정부 발표를 반대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신 대표의 글이 협박죄를 구성하는 해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김 판사는 밝혔다.
특히 이 글이 국제적인 테러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주요인물을 암살하겠다고 발표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김 판사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 판사는 “신 대표의 글이 극히 부적절한 욕설과 경멸적 언어를 반복 사용해 정치불신을 조장한다는 등의 도덕적 비난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나 민주사회의 시민은 누구든 국가정책과 최고 국정운영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인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비속어를 사용했다 해도 도덕적·사회적 비난을 넘어 국가의 형벌로써 의율하는 것은 지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 글을 인식해 공포심을 느껴 국정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김 판사는 “그것을 진실로 믿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신 대표의 변론을 맡은 김철호 변호사(법무법인 로텍)는 4일 “욕설이 담겨있는 글에 대해 검찰이 엉뚱하게도 ‘해악을 고지할 의도가 있다’는 협박으로 기소한 것 자체가 무리한 기소였음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모욕죄로 기소하면 몰라도 이역시 친고죄여서 이 대통령이 직접 고소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집권자를 비판하려는 사람들에게 검찰이 공소권을 이용해 입을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집권자를 비판하는 표현의 자유가 더욱 보호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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