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KBS 기자출신 다 그러냐' 비아냥…참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05일자 기사 '“'KBS 기자출신 다 그러냐' 비아냥…참담”'을 퍼왔습니다.
기자들·새노조·언론노조 이길영 이사장 선임강행에 탄식 “KBS 사망선고”

땡전뉴스 책임자에 비리·허위학력 전력으로 지탄을 받아온 이길영 이사에 대해 다수의 KBS 이사회의 여당 추천 이사들이 5일 새벽 1시 무렵 표결로 이사장에 선출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길영 이사장 선임에 가장 자괴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은 KBS 소속 기자들이다. KBS 기자협회(회장 함철)는 5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땡전 뉴스’의 주역으로 정권 홍보에 앞장서고 이를 자랑스레 관련 공무원에게 보고까지 한 이길영씨가 KBS를 대표하는 이사장이 되는 바람에 이젠 외부에서 우리를 관영, 국영방송이라 불러도 할 말 없게 됐다”고 개탄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길영 이사장 선임으로 “KBS 기자 출신들은 다 그런가 하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며 “허탈하고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결국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또는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었나”라고 회한을 드러냈다.
KBS 기자협회는 “그동안 줄줄이 터져 나온 각종 의혹과 KBS의 미래야 어찌되든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선임을 강행한 일이라 너무나도 충격적”이라며 “KBS 이사장이란 자리는 자질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이제 부끄러움을 모르고 정권의 줄만 잘 잡으면 되는 자리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지난 1986년 4월 전두환 내외의 유럽 순방 귀국길을 직접 실황중계한 KBS 프로그램

이길영 KBS 이사장이 지난 1986년 4월 전두환 내외의 유럽 순방 귀국길에 대한 KBS 실황중계 때 대담에서 전두환 칭송을 하던 모습.

이길영의 이사장 진입 목적에 대해 이들은 “이길영씨를 이사로 추천하고 이사장이 되게끔 배후에서 조종한 새누리당의 KBS 뉴스 장악 시나리오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주변 눈치를 일체 신경 쓰지 않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만드는 노하우에서 이길영 씨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이사장이 ‘날치기 이사장’이라는 KBS 기자협회는 “되도 않는 과거의 기자 경력을 가지고 털끝만큼이라도 뉴스를 조작하거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절대로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 이사장 선임의 현장에 있었던 여당측 이사 7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양성수, 임정규, 이병혜, 한진만, 최양수, 이상인
이와 함께 KBS 새노조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2012년 9월 5일 새벽 1시. 공영방송 KBS는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규탄했다.
KBS 새노조는 이 이사장의 대구상고 명예졸업장, 최근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와 대구한방산업진흥원장 지원서, 중앙대 대학원 지원서 등 최근 밝혀진 허위학력 기재 사실에 대해 “명백한 사문서 위조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퇴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겠다고 국회에서 공언해놓고 이사회에서는 조작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추태를 부렸다”며 “평생 권력을 쫓으며 허위와 기만으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KBS 새노조는 이 같은 의도에 대해 “MBC 김재철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난잡한 부정부패 경력에도 이길영씨가 KBS의 ‘왕회장’으로 군림하며 대선을 앞두고 공정방송을 유린하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는가”라며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켜 정권 연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국민 大통제’ 시대를 열어나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 반문했다.

이길영 KBS 이사장이 지난 1986년 4월 전두환 내외의 유럽 순방 귀국길에 대한 KBS 실황중계 때 대담에서 전두환 칭송을 하던 모습.

KBS 새노조는 “KBS를 언론장악 세력에 헌납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남김없이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오후 “KBS 이사회가 독립성 ․ 공공성과는 가장 거리가 먼 구악(舊惡) 인사를 이사장으로 날치기함으로써, 새로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스스로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혹평했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역시 이명박의 언론장악 시도를 대물림해 올 연말 대선을 언론이 장악된 상태에서 치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사건”이라며 “국민 대통합 운운하며 국민 기만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에게 언론자유를 짓밟고서는 결코 권좌에 오를 수 없음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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