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천안함 CCTV 11개 시간 모두 달랐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5일자 기사 '“천안함 CCTV 11개 시간 모두 달랐다”'를 퍼왔습니다.
합조단 사이버팀장 CCTV 영상 상영… 판사 “사고시각에 (끼워)맞춘것 아닌가” 후타실 역기들다 화면정지

천안함 선체 내부에서 찾아낸 CCTV 11개에 내장된 시계가 모두 다 제각각이었으며 정확한 실제 시각은 규명하기 어렵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CCTV의 정지시각과 사고시각이 전혀 다른데도 ‘시간상의 오차일 뿐 일치한다’고 주장했던 국방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천안함 내에 설치된 11개의 CCTV 가운데 복원한 6개를 분석했던 김옥련 전 민군합동조사단 사이버영상팀장(현 해군 헌병단 중령)은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천안함의 CCTV가 1분 전까지만 복원됐다며 “업체가 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한 것을 근거로 윤종성 합조단 본부장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팀장은 “업체에 의하면 정상적인 종료가 아니라 갑자기 정전이 되면 카메라 촬영 영상이 임시저장된 상태에서 1분간 저장되므로 갑자기 정전 되면 1분 전 화면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안함 보고서상 CCTV 복원 기록표 가운데 가장 마지막 화면은 가스터빈실 후부의 화면 으로 21시 17분 03초로 기재돼있다. 이는 1분 이전 장면까지 저장된다는 주장을 감안한다해도 실제 사고시각과 무려 4분이나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김옥련 전 팀장은 “카메라(에) 내장(된) 시계상의 오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며 “그 외의 이유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전 팀장은 “카메라에 내장된 시간의 오차 때문에 (실제시간과의)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특히 “CCTV를 한 개만 설치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으나 여러 개이면 동시에 시간을 맞출 수 없다. 또한 누구도 설치 이후 시계를 보정한 적도 없다고 한다”고 증언했다. CCTV 11개에 내장된 시각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김 전 팀장은 “카메라마다 시계가 있고, 11개 영상이 저장되는 본체 컴퓨터(통제컴퓨터)에도 시계가 있다”며 “하지만 본체에 있는 시계는 복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CCTV를 제작해 천안함에 납품한 업체에 대해 김 전 팀장은 “미드텍스”라고 밝혔다.

국방부 합조단의 천안함최종보고서 211쪽에 있는 천안함 CCTV 마지막 후타실 사진

이 같은 김 전 팀장의 증언을 듣고 있던 형사36부의 주심판사는 “CCTV 영상에 표시된 시간에 이중적 오차가 있다는 데 어떻게 복원된 것이냐”며 무엇보다 “CCTV 최종시각이 21시17분03초이며, 폭발시각은 21시21분58초인데, (뒤집어보면) 폭발시각은 미리 정해져있고 (CCTV 시각은 마지막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합조단이 폭발시각에 (끼워)맞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전 팀장은 “후타실에서 역기를 드는 순간 정지됐다”며 “우리 조사관으로서는 정전된 것이 화면정지의 원인이며, 그것은 이 사건에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주심판사는 “1분간 화면의 오차를 감안해도 마지막 CCTV 화면의 실제시간은 21시18분03초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전 팀장은 “객관적 증거가 충분히 있고, 영상과 연계해 (판단한 것)”이라며 “시계의 표준시, 카메라의 오차, 다른 카메라에 내장된 시계의 오차가 존재한다. 어느 것이 표준시와 가까운 것인지 규명되지 못한다”고 답했다.
결국 CCTV 영상에 있는 시간으로는 정확한 사고시각을 규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합조단은 천안함 최종보고서에서 “천안함 CCTV는 11개소 카메라 각각의 시계와 통제 컴퓨터 상의 시계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시간 오차가 있고, 촬영범위 내 움직임을 감지할 경우에만 촬영되며, 촬영영상은 1분 후 저장되는 특성과 생존자 진술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종 촬영된 CCTV는 가스터빈실 CCTV로 21시21분경(CCTV상 21시17분03초) 작동을 멈춘 것으로 추정했다”(210쪽)고 밝혔었다.
이를 두고 피고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법정에서 김 전 팀장을 상대로 “시간이 생명인 CCTV는 당연히 최종시점까지 저장돼야 하는데 1분 전까지만 저장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모든 기기의 시간은 동일하게 세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미

또한 신 대표는 “후타실의 영상을 보면 배의 끝부분에는 원래 진동이 심한데 움직이는 배에서 운동한 것 치고는 진동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합조단 사이버영상팀이 제출한 천안함 CCTV 영상을 법정에서 상영토록 허용했다. 이 영상을 보면, 사고당일인 2010년 3월 26일 21시10분20~30초경 생존자인 김용현 병장과 안전순찰자 등 6명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후 순찰자와 김 병장이 자리를 뜬 뒤엔 세명만 남아 웃으며 역기를 들면서 운동하다가 21시17분03초에 화면이 꺼진다. 특히 김용현 병장의 경우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나와있는 CCTV 사진에도 등장하는데, 마치 일반인들이 볼 때 이 사진은 사고직전 마지막 장면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CCTV 동영상을 보면, 김 병장은 사고가 일어나기 한참 전에 이곳에 들렀다가 빠져나갔다. 천안함 보고서상의 CCTV 사진은 폭발직전 상황이 전혀 아닌 것이다.
또한 법정에 제출한 CCTV 동영상은 천안함 CCTV 컴퓨터에 있는 원본이 아닌 것으로도 드러났다. 합조단 사이버 영상팀이 원본영상을 별도로 촬영해서 제출한 것이다. 김옥련 전 팀장은 “원본 영상은 복사나 캡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시 촬영했다”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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