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8일 토요일

CBS ‘김미화의 여러분’ 제재, “자의적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06일자 기사 'CBS ‘김미화의 여러분’ 제재, “자의적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를 퍼왔습니다.
박경신 교수, “국가정책에 관한 프로그램은 공정성 배제해야”

‘표적·정치심의’ 논란이 제기됐던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우석훈·선대인 편에 대한 공정성 위반 여부가 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인 가운데, 정부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한 것은 ‘견해차에 따른 차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9월 6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 진선미 의원, 최재천 의원 주최로 'CBS 김미화의 여러분 법정제재와 행정소송'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6일 국회에서 진행된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법정 제재와 행정소송’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에 따라 방송심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되지만 논쟁적 사안의 양면성을 반드시 동시에 보도하도록 한 것은 논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심의규정 9조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경신 교수는 “방송심의규정에서 공정성과 관련해 균형성을 요구하면서 실제 심의위에서는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스톱워치를 들고 찬성한 사람과 반대한 사람이 동수로 나왔는지 몇 분 몇 초였는지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왜곡된 형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가 찬성이고 반대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며 “또, 이 같은 기이한 심의가 방송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공정성과 공공성에 포함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는 “공적 통제의 수위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 바로 ‘견해차에 따른 차별’”이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의 공정성 심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논쟁의 일방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군 가산점제 위헌판정과 좌편향 논란 교과서 수정명령에 대한 위법판결을 예로 들어 “공적자원을 정부에 유리하게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사상통제로 헌법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국가가 방송의 내용을 공정성 심의를 통해 규제함에 있어서 ‘국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서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규제한 것은 ‘견해차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심의규정 ‘공공성’ 조항에서 ‘견해차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경신 교수는 “국가정책에 대한 프로그램에 한해 공정성 심의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CBS측 변론을 맡은 이재정 변호사는 “시사프로그램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면서 “한쪽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사안 자체를 방송에서 다룰 수 없게 돼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특정 해설자의 지위나 자기 책임성이 심의과정에서 고려됐어야 하지만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청취자들이 (나는 꼽사리다) 출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석훈 박사의 경제정책을 잘 알고 있었던 상황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이 경우에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지 않더라도 균형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방통심의위의 ‘주의’ 조치를 확정했다. 이에 CBS 측은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곧바로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업자가 공정성 심의 문제로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심의위의 자의적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이 보도가 아닌 ‘해설과 논평’ 프로그램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법원은 매체 구분 없이 사실적 주장과 구분해 의견이나 논평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옥 교수는 “방송심의규정을 보면 어느 행위가 공정성 위반인지 아닌지 예측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근거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낙인 방통심의위원 역시 “2기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공정성 심의 제재건수가 2배로 늘었다”면서 “방송법상에서 심의대상이나 공정성 관련 규정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성옥 교수는 또한 “CBS 사건은 방통심의위의 자의적인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후 CBS가 추가 편성을 통해 서규용 농림부 장관 등 정부의 입장을 반영했으나 ‘우석훈·선대인 편’만을 상정해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논란 당사자이기도 한 우석훈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가 말한 것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심의·제재됐는데 그 과정에서 출연자에게는 소명기회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헌법소원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구용회 CBS 지부장은 “게스트 초청의 범위까지 제재를 하게 되면 여론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세옥 (PD저널) 기자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잣대가 안건에 따라 달라지고 한 심의위원이 같은 성격의 안건을 두고도 다른 제재 의견을 내는 사례도 있었다”며 “심의위원들 스스로가 기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을 맡고 있는 김미화 씨는 토론에 앞서 “방통심의위가 우석훈 박사가 정부의 축산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30초 정도 한 것을 두고 심의해서 주의 조치를 내렸다”며 “민원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심의한 초유의 일이었다”고 ‘표적심의’ 의혹을 제기했다.

김미화 씨는 “시민단체에 계신 분이 서규용 농림부장관이 나와 30분 동안 정부정책을 이야기한 것을 두고 (같은 잣대로 하면 공정성 위반이라며)민원을 제기했는데 방통심의위는 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CBS 측은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재심을 요청했는데 그 조차도 여당 몫 6분과 야당 몫 3분(방통심의위)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기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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