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9일 수요일

북한의 '전면전' 위협, 과연 허풍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9일자 기사 '북한의 '전면전' 위협, 과연 허풍인가?'를 퍼왔습니다.
[한반도 브리핑] 계속되는 북한의 전쟁 위협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여당과 야당은 각각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 간에는 야권 단일후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그 여부와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대통령후보들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을 보다 희망차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 일자리창출, 한국형 복지확립 등이 박근혜 후보의 공약의 핵심을 이루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강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불행을 어떤 방법으로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정리한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 정의, 그리고 평화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어 그가 대통령후보로 출마한다면, 이것을 바탕으로 공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들 후보들의 공약은 좀 더 구체화 될 것이지만 모두 경제문제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걸었던 747 (경제성장 7%, 국민일인당소득 4만 불, 7대 경제대국)이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시 '경제'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틀인 '정의'가 되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이고 무역이 국민총생산의 90%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즉 외교는 한국이 당면한 과제인 경제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분야이다. 유감스럽게 대권후보들에게서는 아직 새 정부에서 바탕에 두고 추진할 외교의 기조와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다.

현재 한국이 위치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정세는 마치 태풍이 오기전과 같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으로 양국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내 반일 시위로 격화되고 있는데 9월15일엔 50여개 도시에서 일본의 조치에 항의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고 16일엔 중소도시를 포함해 최소 108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후 1일 반일 시위로는 최대 규모였다.

양국 간의 영토분쟁은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17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영토 분쟁에 따른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을 언급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놓고 현재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전쟁위협이다.

지난 4월 18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사령부 대변인 공식 성명을 통해 어버이연합 등이 서울 광화문 등에서 조선노동당 국방위원회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형을 로켓에 묶어 화형 시킨 것을 특 대형 범죄로 규정하고 '도발 원점인 서울을 통째로 날려 보낼 특별행동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남한을 비난 그리고 비방하는 것이 워낙 일상화 되어서 별것 아닌 허풍으로도 볼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공격을 명시한 것은 흔치 않는 일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이와 같은 무력충돌의 위협과 경고가 그 강도와 수위를 더하면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하나하나 살펴보자. 지난 6월 23일, 북한의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한·미·일이 야합하여 북침전쟁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전쟁의 임계점에 도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전쟁발발의 위험성 공식적으로 거론하였다. 이어 7월2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의 최고 존엄의 상징인 신성한 동상과 대기념비들을 파괴하려는 미국과 남한의 특대형 정치테로 행위"라며 "우리 당과 국가, 군대와 인민은 변함없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에 실제적인 초강경대응으로 맞설 것"라고 밝혔다.

8월에도 북한은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8월18일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인 김정은이 장재도 섬 방어 초소에 방문하면서 "적들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대며 우리의 영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고 단호히 말씀하시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리고 다음날인 8월19일 북한은 "전민족성전으로 전쟁 미치광이들을 이 땅에서 영영 쓸어버리고 조국통일 대전의 역사적 승리를 이룩하고야 말 것"이라는 내용의 단체합동성명을 통해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다시 경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을 강행하자 8월 20일자 (로동신문)은 '명령은 내렸다 조선인민군 결전 태세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명령은 내렸다. 우리의 영토에 단 한발의 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즉시적인 섬멸적반타격을 안기고 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가라!"고 추동했다. 이어 8월 31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들은 외무성 비망록을 공개하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계속 되는 한 미국이 상상 할 수 없는 핵 억제력을 위한 현대화는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경고의 수위를 높이었다.

9월 들어 북한의 경고와 위협은 절정을 이루며 계속되고 있다. 조선외무성대변인은 9월 7일 담화에서 "미군의 남조선강점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최대의 표현이라며 계속 주둔한다면 전쟁 맛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어 "남조선주둔 미군철수는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모든 유관 측들의 공동의 과제"라며 미군 철수를 촉구했다. 아울러 "미국이 이 지역 인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에 배치되게 남조선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면 우리의 전면 전쟁 맛을 한번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9월12일자 (로동신문)은 사설에서 "남조선주둔 미군철수는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모든 유관 측들의 공동의 과제"라며 미군 철수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또한 "미국이 이 지역인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에 배치되게 남조선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면 우리의 전면 전쟁 맛을 한번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월17일자 로동신문은 '선불질의 결과는 쓰디쓴 참패'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금우리 혁명무력은 적들이 감히 도발을 걸어온다면 무진 막강한 위력으로 즉시적인 대응타격을 안기고 조국통일을 이룩할 멸적의 의지를 안고 이미 결전에 진입할 준비를 끝낸 상태에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반도가 임의의 시간에 전쟁이 일어 날수 있는 초긴장 상태임을 강조하였다.

북한의 강경한 언행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경고가 북한이 늘 해오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지속되어온 북한의 강경한 발언과 경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먼저 경고의 강도와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가고 있는 점이며,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인 김정은이 지난 8월25일 선군혁명의 시작 52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통해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반공격전으로 이행에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 수표(서명)하였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 등을 통해 허풍 (bluffing)에 가까운 강경한 발언과 위협을 하여왔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북한의 경고와 위협은 통상적인 허풍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북한군의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이 전면전에 대한 작전계획을 직접 검토하고 최종 서명 하였고 또 이것을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외부에 알렸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경고를 공식적으로 한 것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이 보고 있는 정세관(情勢觀)에 있다.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강성대국의 문을 2012년에 활짝 열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북한은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강성대국을 이루는 세 가지 고지 중 사상정치, 군사의 두 가지 고지를 이미 달성하였으며 경제건설 고지만 남겨두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사상정치, 군사의 고지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이미 이 두 고지를 달성하였는지 알 수는 없으나, 외부에 알려진 북한경제현실을 통해 경제건설의 고지는 확실히 달성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지 알려져 있지 않아 이들이 경제건설 고지가 달성되는 목표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경제건설(그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과 대결이 지속되는 한 이룩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점증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어 중국으로부터의 북한이 필요한 자본과 시장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있으나 이것은 역시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주체를 고수하는 한, 중국에게 모든 투자와 시장을 공급받아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위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되는 것을 북한 스스로가 자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한 측면이다. 그리고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과 대결이 지속되는 한 중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투자도 그리고 경제개발의 여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측면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경제건설의 고지를 달성하기(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과 대결을 반드시 해결하여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에서 대북정책이 외교에서 차지하는 우선순위이다. 북한문제는 미국의 외교에서 핵 위기와 같은 위기상황을 제외하고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슈이었으며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검토(bottom-up review)가 필요한 안건이다. 이러한 'bottom-up review'는 보통 몇 년이 걸리며 정책으로 정리가 될 시기가 되면 미국은 다시 대선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북한입장에서의) 악순환이 한국전쟁이후 근 60년 동안 지속 되면서 북한이 얻는 결론은 아마도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만들어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 수 있다.

북·미간의 군사적 대립과 대결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미국 측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후 줄곧 북한에 대해 무시정책으로 일관하여 왔으며, 현재까지도 북한에게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압력이 가해지게 되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대북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조는 김정일 사망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반도에서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과 같은 군사작전 훈련을 올해도 진행시켰으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economic sanction)를 60년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아마도 북한이 자멸적인 무력충돌을 현실화 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반도는 아직 전쟁 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전(armistice)은 전쟁이 끝나고 해결된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언제라도 전쟁이 재계될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또한 미국의 북한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Selig Harrison)이 지적하였듯이 한반도는 인계철선(trip-wire)과 같아 작은 충돌에도 전면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와 같은 지역이며 현재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여야 하나, 미국보다 더한 북한 무시, 그리고 압박정책으로 일관한 현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3개월이면 끝난다. 그러나 문제는 3개월 안에 '큰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대한민국의 관심과 초점이 모두 여야의 대권후보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재, 여야 대권 후보자들은 대통령이 된 후 어떻게 국정과 국가를 이끌어 가겠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당면하여 있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박후건 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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